어제 런던 눈알에서 같은 칸에 탄 아이가 귀여워 엄마에게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그러니 애 사진을 한 컷만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노,란다. 괜찮다, 어쨌든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괜찮지 않았다. 한 바퀴 돌면서 손바닥 방귀랑 오리 뿍뿍 소리로 환심을 사고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역시 이곳은 흔쾌함 없는 런던이구나!
일주일 동안 프랑스에 머물면서 나는 그곳에 동기화되어 있었나 보다. 파리지엥이든 여행객이든 그곳 사람들이 풍기는 자유분방함에 매료된 게 분명하다. 그들은 저어하거나 곤란해하지 않았다. 내게 마냥 호의만 베푼 것은 아니지만 거절조차도 뒷맛이 나쁘진 않았다(런던은 첫날인데도 벌써 서너 번이다).내가 파리 바보여서일까? 너무 좋아한 나머지 따귀를 맞고도 헤벌레 입을 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곳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 대부분 아이 혹은 여자들이다. 혼내키지 마세요. 제가 나이 먹고 남자여서 그렇습니다.
몽마르트르에서 같이 버스킹 연주를 듣던 젊은 여자. 기타 가방이 있는 걸 보니 뮤지션일지도 모른다
국적, 피부색을 불문하고 아이는 늘 귀엽다. 지하철 7호선에서 마주친 모자. 아기가 귀여운 이유는 어른의 동정심을 사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몽마르트르의 식당. 바깥 풍경을 찍는데 올리비아 핫세가 엄마랑 대화하고 있었다! 멋진 모녀 여행 되시길...
열정의 대명사 달리다의 동상이다. 알랭 들롱의 읇조림이 피쳐링된 샹송 paroles paroles로 유명하다. 나는 이 동상 옆 계단에 앉아 쉬면서 달리다의 노래를 여러 번 들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해하는 저 표정. 호기심과 기대는 아이들만의 전유물인가? 주름이 생기면 사라져야 마땅한 걸까?
여행에서 시간과 돈을 들여 사는 것 중 가장 값어치 있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경험일 것이다.
지금 보니 후회된다. 룸메들 사진이 하나도 없고 긴 줄 속에서 질루함을 달래려 대화 나눴던 사람들 사진도 없다. 민망하고 남세스러워 사진 남기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용기를 내볼걸 그랬다. 야, 난 내 기억력을 못 믿겠어. 우리 사진 한번 같이 찍자!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