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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Sep 27. 2019

보테가베네타(BottegaVeneta)

소유의 취향 #2.명품에 관한 나의 취향은 확고하다.

명품에 관한 나의 취향은 확고하다.

내 사랑은 오직 보테가베네타 뿐이다. 에르메스(Hermès)니, 샤넬(CHANEL)이니, 셀린느(CELINE)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명품브랜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수 백만원을 쓸 수 있는 명품은 아직까지도 보테가베네타 뿐이다. 이하 문장은, 이제 나의 사랑을 담아 브랜드 이름 대신 ‘그’라고 부르겠다.


 그는 나의 명품계의 첫 사랑이다. 내가 처음으로 산 명품이 그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첫눈에 반한 것처럼 끌렸고 이 마음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보테가베네타(BottegaVeneta)’ 라는 아주 낯선 발음의 이름을 가진 그는 1966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세련된듯하면서도 터프한 가죽의 느낌을 한껏 살린 시크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다. 이 때문인지 30대중후반의 남자들이 좋아한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명품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큰 인기는 없다.


 그 만의 멋스러운 무드를 완성하는데 일조하는 것은 ‘인트레치아토’ 라고 부르는 디자인 공법이다. 가죽을 일정하게 자른 뒤 격자 무늬(+)로 엮는 방법으로 그이만의 시그니처♥이다. 이 기법으로 제품 외부에 로고를 표시하며 티내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

 다만, 격자무늬 가죽이 사람들에게 스크래치가 잘 날 것 같다는 오해를 사고는 한다. 직접 사용해본 결과 오해는 오해일 뿐이었다. 스크래치에 강하고 격자 가죽이 생각처럼 만만하게 풀어지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활용한 특이한 외형이 눈에 띄었지만, 보다보니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사고 싶은 가방이 생긴 것 역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를 발견하게 만들어준 제품은 일명 ‘호보백’이라 불리는 가방이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엮은 양가죽 직조와 초승달의 양 끝을 연결시킨 듯한 모양새가 정말 특이해서 모조품을 만들기도 아주 힘들 정도다. 설명을 아주 싼티나게 했지만, 몸값이 200만원대 중후반 정도로 고급진 분이다.


 보테가베네타의 아이덴티티 컬러인 짙은 브라운 컬러의 호보백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너무 원숙해 보이고 또 과하게 비싼 분이 일찌감치 40대 중후반이 되면 사자고 계획을 미뤄 놨다.





 처음으로 데려온 가방은 ‘나파 크로스 백’이다. 동전지갑을 5배정도 확대한 것처럼,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만든 크로스백이다. 컬러는 연보라빛이 도는 핑크색이다. 직조의 격자 모양과 전반적인 모양이 아기자기한 편은 아니어서, 일부러 부드럽고 연해보이는 색으로 골랐다. 끈 길이만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예 한쪽 끈을 반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끈을 반으로 줄이면 파우치 숄더백 같아서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좋다.



 3년 정도 사용해보니 가방이 가볍고 물건이 넉넉히 들어가서 좋다. 야들야들하면서도 탄탄한 소재 덕분이었다. 다만 정말 자주 마찰되는 매듭이나 모서리 부분은 조금 닳았다. 사실 처음에 살 때는 연한 색상이 쉽게 오염되거나 손때가 탈까봐 걱정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제대로 돈 값 한다. 주로 진한 청바지에 자주 들었는데, 아직도 이염 없이 예쁜 색을 유지 하고 있다.



 추가로 말하고 싶은 이 가방의 메리트는 바로 손바닥 만 한 거울이다! 사각형의 거울유리에 가방과 같은 컬러와 재질의 가죽을 덧대서 만든 작은 거울이다. 요것이 아주 활용도가 굿굿굿 이다.

 평소에는 선크림에 립스틱 정도만 칠하는 가벼운 화장을 즐겨한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확인하거나 수정화장을 할 때 아주 유용하다. 작아도 얼굴을 살펴보기에는 충분한 크기인데다가 가볍고, 얇아서 좋다.

 가볍게 외출하고 싶을 때, 작은 파우치에 이 거울과 립밥, 사용하는 카드 한장 휴대폰만 넣어서 외출하면 딱 좋다.



 조금 억지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보테가베네타는 궁합도 찰떡이다. 신기하게도 여주 아울렛의 보테가베네타 매장에 가는 날이면,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날 기다린 듯 입고되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나파 크로스백’도 샀고, 얼마 전에는 ‘알룸나 백’을 데려왔다. 특별한 기대 없이 데이트 겸 남자친구와 아울렛에 갔다가 매장 구경을 갔다. 멍하게 진열대를 보는 데, 뭔가 이상했다. 알룸나 백이었다. 오랫동안 갖고 싶었는데, 마침 그날 입고 된 것이었다.





 “호야. 이거 내가 사고 싶다던 그 가방이야, 컬러까지 딱 맞춰서 들어왔어! 어떻게 해!”

 이미 감동을 넘어서 울상이 되어버린 내 표정에, 나를 응대하던 점원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옆에 입생로랑이랑 지방시 매장도 한번 둘러보고 다시 오세요~^^”

 밖으로 나와 잠시 고민하는 척했지만, 다른 매장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서 망설임 없이 질러버렸다.






 알룸나백 역시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가죽이 적용된, 직사각형 모양의 박스백이다. 원래 박스백은 셀린느의 클래식 박스백에 끌렸지만, 알룸나백을 본 후로는 아니었다.

 알룸나백을 처음 발견했을 때, 사볼까 싶어서 백화점에 갔더니 280만 원대의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좌절하지 않고 해외구매대행을 잠시 알아보다가 배송기간과 사기의 위험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만나다니! 게다가 90만 원 정도 할인된 가격 1,931,000원이었다! 모두 소리 질러~!!

 내가 고른 컬러는 아틀란틱 컬러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블랙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네이비색이다. 워낙 파랑색을 좋아하고 또 잘 어울려서 이 색상을 골랐다. 딱 떨어지는 네모 모양이 포멀한 동시에 인트레치아토 무늬가 주는 특유의 캐주얼한 무드가 오묘하다. 편안한 의상에도 두루두루 잘 어울릴 법 하다.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내가 들면 좀 앙증맞아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이다.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내 맘에 아주 쏙 들고 예쁘다.







 다가올 가을의 어느 볕 좋은 날, 베이지색 플리츠 치마와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를 입고, 이 가방을 메고 놀러 가야지! 아니면 반대로 아주 캐주얼하게 연출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딱 떨어지는 일자 중청 데님에 빨강색 세인트 제임스 스프라이트 티를 입고 하얀색 스니로퍼를 신은 다음 가방을 드는 것이다. 가방과 어떤 옷을 매치할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할 정도로 신난다.  


 가방 사용에 앞서 스스로에게 부탁 겸 약속을 한다. 보테가베네타 라는 브랜드가 가진 멋스러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부끄러운 행동이나 모습으로 이 브랜드의 가치를 짝퉁으로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아끼는 가방을 들수록, 명품이 가진 가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격에 맞도록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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