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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Sep 20. 2019

매일 사용하는 것들의 취향

소유의 취향#1.무의식 중에 나를 표현하고 만드는 것들의 취향


자주 사용하는 물건 중 취향이 가장 깊게 관여된 것은

립스틱향수다.


거의 매일 사용하고, 또 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둘의 취향은 나의 상황과 기분, 또 유행에 따라 언제나 변덕스럽게 변하겠지만, 일단 지금의 취향을 공유하겠다.


 

나의 최애 립잉크 리베레148


립스틱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꽤 뚜렷한 이목구비와 큼직한 입을 가진 편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할 때 입술이 상대방의 시선을 가장 많이 뺏는다. 큰 입을 콤플렉스가 아닌 장점으로 부각시키려면 좀 더 섬세하게 립스틱의 컬러와 텍스처를 골라야 했다.

 선명한 색상이지만 천박해보이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컬러를 바르고 싶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많은 관심을 쏟아내서야 립스틱에 관한 취향을 만들 수 있었다.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코랄핑크를 즐겨 발랐지만, 퍼스널 컬러를 진단 받은 후로는 더 이상 바르지 않는다. 대신 나의 피부 톤에 어울리는 블루톤을 바탕의 쨍한 레드 립을 즐겨 바른다.



이런 쨍한 발색이 좋다

 샤넬에서 나온 촉촉한 립 잉크 타입의 제품 Libéré 148과 로라메르시에에서 나온 매트한 립스틱 타입 DOMINATE를 가지고 기분이나 옷차림에 따라 번갈아 바른다. 물론 저렴이로는 웨이크메이크에서 나온 루즈 타입의 킹스걸도 자주 바른다.








 립스틱보다 나를 더 깊은 고민에 빠트린 것은 향수였다. 선천적인 건지, 요리를 하면서 후각이 발달해서 인지 향기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시각은 시선을 돌려야만 볼 수 있지만, 향기는 숨을 쉬면서 맡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숨이 턱 막히는 담배냄새, 퀴퀴하고 시큼한 땀 냄새는 정말 싫다.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체취나 향이 난다. 보통 향수를 뿌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뿌린다. 상대의 향으로 그 사람이 어떤 향과 느낌을 좋아하고 보여주고 싶은지 취향을 유추해보기도 한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 달콤하고 가벼운 플로럴 계열의 향을 즐겨 뿌리는 사람과 진하고 무거운 머스크 향을 뿌리는 사람의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향수를 입더라도 향의 부드러움과 강함. 진하기 정도도 상대마다 연출하는 방법이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를 찌를 듯 강한 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뿌리지 않은 듯 은은한 발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싫은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마법의 향기여도, 달걀 썩은 냄새만큼이나 싫다. 아주 좋아하게 된 향수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애용한다는 걸 알고 난 다음 구매 리스트에서 지워버린 적도 있다.


 내 인상과 분위기, 느낌으로 대표되는 향수를 쉽게 고를 수 없었다.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맡아보고 사용한다.


본품을 살때 받은 귀여운 미니어처 향수


 요즘 사용 중인 향수 J'adore Classic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플로럴 계열의 가벼운 향이 난다. 무겁거나 진한 향은 머리가 아프거나 멀미하는 기분이 들어 피한다. 쿨한 향은 왠지 차갑고 다가오기 어려운 사람으로 비춰질 것 같아 선호하지 않는다.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보다는 만나기에 편안하고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자도르’는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면서 동시에 우아하고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향이다. 일랑일랑과 자스민이 섞인 향인데, 살랑살랑 부드러운 향이 세상 그 누구도 유혹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독재자의 영혼까지도 뒤흔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는 돌체엔가바나나의 ‘라이트 블루’나 다비도프의 ‘쿨 워터’ 같은 시원하고 강렬한 향을 좋아했는데, 점점 존재감이 강한 향보다는 뿌린 듯 안 뿌린 듯한 향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취향은 언제나 변한다.







 향수를 뿌리면서 기분 설레는 두 순간이 있는데, 아주 상반 된다.

 첫 번째는 데이트나 친구와의 약속을 앞두고 외출을 하기 직전이다. 아끼던 옷을 차려입고 마지막 마무리로 향수를 뿌리면 마음이 더 설레고 즐겁다.



 두 번째는 자기 위해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이다.

 샤넬 넘버5만 입는 마릴린 먼로처럼 다 벗고 잘 수는 없지만, 깨끗하게 샤워를 한 뒤 가장 편안한 잠옷을 입은 다음 내가 좋아하는 향을 살짝 뿌리면 왜인지 스스로를 잘 대접하는 기분이 든다. 향기가 폴폴 나는 몸으로 잠자리에 누우면 기분이 정말 좋다. 물론, 이 방법 역시 나의 취향이다.



 향수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라지는 제품이다. 나에게는 기분 좋은 향이어도 타인에게는 맡기 싫은 악취가 될 수도 있으니 언제나 정도를 잘 지키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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