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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Sep 18. 2019

예쁜 쓰레기 앞에서 무너지는 심정

세상에는 갖고싶은게 너무 많다



‘예쁜 쓰레기’는 모양이나 디자인은 예쁘거나 귀엽지만, 정작 실용도는 떨어져서 쓰레기 라고 부르는 학용품이나 자질구레한 장난감을 의미한다.



 나는 이 예쁜쓰레기에 껌뻑 죽는다. 내 지갑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는 순간은 예쁜 쓰레기를 만났을 때다. 특히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스티커나 독특한 디자인의 접착 메모지, 알록달록한 인덱스를 좋아한다.


엄마에게 졸라서 득템한 하리보 파우치,  쓸만한 때를 호시탐탐 노리고있다.


 아기자기하면서 컬러풀하거나 귀여운 물건에 시선을 빼앗기는 사람들은 많다. 오죽했으면 이런 마음들을 대표해서 “귀여우면 가져야지!”라고 드라마 대사로 까지 쓰였겠는가? 귀여우면 가져야한다. 그래서 나는 장난감도 사 모으고 있고, 문구류도 샀고, 남자친구도 사귀는 거다.(읭?)


 


예쁜쓰레기 최고! 만세!

 내방 책상 첫 번째 서랍은 이 예쁜 쓰레기들의 천국이다. 각종 귀염뽀작한 스티커, 알록달록한 색감의 미키·자전거·돌고래·옷걸이모양의 클립들, 골드·로즈골드·민트·연보라 컬러의 문구 집게, 죠스·병아리· 딸기컵케이크·삼겹살 모양의 접착메모지… 8종 이상 디자인의 편지지와 봉투. 자랑타임이 아니니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나도 이렇게 예쁘게 꾸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


 사실 소유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 이후의 뒷수습이 전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예쁜 스티커와 다이어리를 산다고 해도, 이것을 꾸밀 손재주가 없어서 활용을 못한다. 감각도 없고, 악필이다 보니 내가 꾸민다고 꾸민 다이어리는 작정하고 망친 수준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매년 다이어리를 사고 또 망치면서 얻은 교훈은 ‘예쁜 쓰레기를 최대한 사지말고, 산다면 그저 갖고만 있자.’이다. 올 초까지 모아왔던 스티커도 너무 많아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친구에게 반 이상 넘겨주며 더 굳게 다짐했다.



 이런 나와는 반대로 3살 터울의 언니는 글씨도 예쁘게 잘 쓰고, 꾸미는 감각도 좋다. 그녀는 중학생 시절 러브장이나 교환 일기장 좀 꾸며본 인물이다.


 나는 초등학생, 언니는 중학생 때였다. 언니가 입시 학원에 간 사이, 숨겨놓았던 러브장을 훔쳐보고 또 그걸 꾸미는 예쁜 색의 펜을 꺼내서 몰래 한번 씩 찍- 그어봤다.


 다시 제자리에 둔다고 잘 정리했는데도, 학원에서 돌아온 언니는 귀신같이 내가 서랍을 뒤졌다는 걸 알고 말았다. 이때 언니에게 걸리면 뒤지게 혼나면서도 계속 몰래 훔쳐보고 펜을 써봤다. 이때 예쁜 쓰레기나 문구류를 좋아하는 취향이 발발된 것이다. 이 어린 날의 욕구불만이 현재의 어른 날에 터져버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팬시점에서..


 예쁜 쓰레기는 해를 더해 갈수록 그 분야와 종류가 늘어가고 있다. 점점 더 갖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아진다. 어린 날의 욕심을 다 채우려면 1톤 트럭으로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


 하지만 난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는 없다. 가끔은 예쁜 쓰레기를 발견하더라도,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연습을 한다. 대신 사진촬영이 가능한 곳에서는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의미로 예쁜 필터를 적용해서 사진을 찍어둔다. 재정적인 고비는 넘겼지만, 때때로 사진을 돌려 보면서 구매욕구가 다시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이런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필요하고 감당 가능한 정도의 예쁜 쓰레기들만 내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PS. 예쁜 쓰레기는 나에게 온 순간 더이상 쓰레기가 아니죠.

      취향이라는 내 마음의 상자 한 켠을 채운 추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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