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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Feb 11. 2020

우리 모두, 누군가의 믿음으로 삽니다.

날 지탱해준 믿음이 새삼스레 고맙다.



 지난해, 내가 좋아하는 박정민 배우님의 팬미팅에 다녀왔다. 팬미팅이 끝날 무렵, 그는 우리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말해주었다.(낭독이라는 표현은 연기 같고, 읽는다. 라는 표현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깊은 진심이 느껴졌기에.)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에서 팬들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사실 그에게서 미안함을 느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동안 그는 신인상을 타고,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쉴 틈 없이 많은 작품을 찍었다. 몇 번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의 주연을 맡았을 때 우리(팬들)는 함께 기대하기도 했었다. 기대는 몇 번 쯤 부풀어졌다가 다시 빠지고 부풀어지기를 반복했다. 그가 이런 팬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말미에서 그는 우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더욱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배우로써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말이 꽤 오래 나를 사무치게 만들었다. 잠시 나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그가 가진 부채감이 다시 느껴졌고, 그것들이 그의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이 되레 미안했다. 증명을 위해서 매 순간 힘겹게 노력할 모습이 그려졌다. 그 모습은 또 다른 내 모습이기도 했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다양한 역할을 해내며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삶의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도 노력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믿음의 힘 덕분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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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누군가의 믿음으로 산다.

날 지탱해준 믿음이 새삼스레 고맙다.




한편으로는 증명해내겠다는 말이 괴로웠다. 난 이기적이고 유약해서,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괴롭고 힘든 모습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걸 다하길 바라지만, 너무 깊고 잦은 상처는 받지 않길 바란다. 우리들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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