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감명깊게 머리속에 입력되면, 시간이 오래 흐를지라도 당장 어제 있었던 일 처럼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11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라오스 북부(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를 다녀온
라오스 여행기 입니다.
어느 순간 '여행' 에 대한 기억이 소중해졌습니다. 그 때의 신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써내려가봅니다.
라오스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언젠가 라오스로 떠날 분들에게는 설렘을 위해.
2019년 1월. 나는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 수 있는 도쿄로 거의 4년만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아마 그 시기에는 글로써 내 여행기를 남기고자 했던 마음에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뭔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었다. 물론 일이 바빴던 탓도 있다. (거의 2년만에 브런치에 접속해서 끄적이는 글 이네..)
지금은 유튜브 영상으로 간간히 나의 여행기록을 남기기도 하다보니 브런치에서 마무리 하지 못한 일본여행기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jwzJGA-KHOdJnATxST4nUg
아무튼 나는 대한민국 어느 대학에서 나름 '영상'을 전공한 영상학도였지만 카메라는 잡아본 적은 거의 없었고, 영상제작 조가 꾸려지면 항상 후반작업인 영상편집을 도맡아 했었다.
그만큼 밤을 많이 새봤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하면 나만의 시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고 내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택했다.
(그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은 현재진행형 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튜브가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도 엄청나게 핫 한 플랫폼이 되어버렸고,
마케팅 단계에서 절대로 배제할 수 없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영상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계로 도망간 나였지만 '그 전공'을 공부했단 이유로 회사에서는 나에게 임무를 맡겼다.
"우리도 유튜브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너가 한 번 힘 좀 써야겠다."
"네......."
타의로 회사 유튜브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반복적인 영상 제작 작업이 너무나 하기 싫어서 전공을 살리지 않은 것인데 회사의 명령이니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근데 또 이게 뭐라고 욕심이 생겨서 효과음, 자막 색감보정 등 이것 저것 신경쓰고 생각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공부를 해가며 완성해가는 내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성에 차지 않았다. 그냥 이런 가식적인 회사 콘텐츠를 아무말 없이 하고 있는 내 자신과 이딴 콘텐츠를 여러명이 둘러 앉아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는 회사.. 아주 조금은 모두 우습게 느껴졌다.
그 우습게 보기 시작한 회사 유튜브가 어느 순간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바로, 나름 영상전공자로써 충분히 유튜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직장인들이 한 번쯤 하는 그 말을 나도 머리 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다.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아.. 근데 또 카메라 들고 다니고 편집프로그램에 하루종일 매달려야 한다고...? 그건 좀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루틴한 회사업무에 유튜브가 추가 됐다.
그리고 나는 "이럴거면 개인유튜브를 한다"는 이상한 자신감까지 얻게됐다.
근데 또 막상 내 것을 시작하려니 학교다닐 때 겪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포스트프로덕션' 단계가 안떠오를 수 없었고, 솔직히 두려웠던게 사실이었다.
*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영화 제작을 뜻하는 프로덕션은 좁게는 영화를 촬영하는 기간의 작업만을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촬영을 위해 준비하는 작업과 촬영이 끝나고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후반작업을 이야기함
*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
영화 제작의 한 단계로 후반작업이라고도 불린다. 영상 편집, 색보정, 음악과 음향의 추가, 상영용 필름 프린
트 제작 등을 모두 포함하는 과정.
이걸 1인체제로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내가 무슨 콘텐츠를 해야 하는지도 떠오르지 않았고...
아무튼 유튜브나 보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어왔다. 그래야만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9년 8월 어느 주말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좀 이제까지는 다른 유튜버를 소개시켜줬다.
생긴건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데, 말은 또 능구렁이 같이 잘한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본인이 멋지게 나오려고 안한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전달한다. 이사람 하고 같이
여행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뭐지 이 유튜버?
https://www.youtube.com/watch?v=uaBHe5P4JF8
보통 내가 유튜브에서 보았던 여행 브이로그는 필터를 과하게 입힌 영상과 뭔가 주인공들이 이쁘장하게만 나오는 설정된 모습들이 가득한 영상이 대부분이어서 사실 '여행 브이로그' 는 꺼려하는 편 이었다.
(말도 안되게 과도한 연출을 위해 삽입되는 배경음악과 효과음과 자막도 한 몫했다.)
어떻게 보면 이 유튜버의 영상들은 '이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 이었다.
물론 연출이나 이런 것은 따라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제작과정을 예상해보면 전혀 어렵지
않은 수준 이었다.
쉽게 정리하자면 유튜버 '빠니보틀'의 영상은 심플, 담백 그 자체 였다.
그래서 그런지 더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고, 내가 만약 한국 밖으로 나가서 저렇게 영상을 만들어본다면?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인도기차 1등칸 vs 꼴등칸 영상을 보고 무언가에 홀린듯 이 유튜버가 세계여행을 처음 시작한 1번영상부터
정주행을 시작했고 어느새 다시 이 유튜버와 함께 인도 여행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일요일 새벽 4시30분. 타임워프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 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여행자들을 소개 시켜주기 시작했다.
1.여행가 제이
https://www.youtube.com/channel/UCxU8QX7IRRIW0VLuoWWoxbw
2.브루스 리
https://www.youtube.com/user/GAMBLERZBRUCELEE
3. 쏘이더월드
https://www.youtube.com/channel/UCugz3-UlkX2P77PtK1Ju0RA
어느샌가 이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출퇴근할때, 그리고 잠들기 전 정주행을 하면서 나도 늦기전에 빨리 여행콘텐츠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유튜버들의 공통점은 연출되지 않은 '여행'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것 이었다
아마 내가 저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거의 다 정주행을 했을 쯤인 10월 말이었다.
2019년 1월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 말고는 여름휴가도 쓰지 않은 나에게 휴가를 빨리 쓰라는
회사의 건의를 받았다.
그냥 가깝고 분위기도 괜찮은 제주도 4박5일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내 유튜브 여행콘텐츠를 한 번 처음으로 시도해보고 싶었다.
음........ 문제는 너무 비쌌다.
4박5일을 있는데 50만원 이상 예산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일정을 줄이던지 차라리 동남아시아 여행을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지낸지 3년정도 된 누나가 라오스에 코이카 단원으로 파견 나가 있는 게 생각이 났다.
라오스가 여행지로는 어떤지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 누나, 라오스 살만해?
- 오 이게 누구야. 살만하지. 더운것만 빼면
- 나 라오스로 여행 가고 싶은데 솔직히 방비엥 말고도 좀 괜찮을까?
- 라오스 볼 거 되게 많은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제주도에 4박5일 있을 수 있는 금액이면 라오스에서 1주일을 여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유튜버들의 라오스 영상을 보니 재미있어 보였다.
특히나 빠니보틀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니 뭔가 신나게 놀 것이 가득한 곳으로 보였다.
이건 내가 유튜브 콘텐츠에도 사용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1주일간의 휴가계획서를 제출했고 승인을 받았다.
그자리에서 나는 또 라오스로 향하는 해외여행의 티켓을 결제했다.
그 날은 2019년 10월1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