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네 번째 마라톤, 두 번째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2025 춘천마라톤까지 D-31

by 태빅스

1. 첫 42.195km의 시작, 춘천

사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이다.
축구를 하며 체력적으로 더 여유로운 플레이를 하고 싶어 2017년부터 틈틈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도, 그리고 본격적으로 러닝을 이어온 이후에도 나의 러닝은 늘 10km까지였다.

그 이상을 달릴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혼자뛰는게 너무 싫어 러닝크루에 가입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나누며

마라톤 대회에 나가더라도 늘 10km 부문에만 참가했다.
그 10km 기록을 조금씩 줄여가는 게 전부였고, 풀코스는 내 러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러다 2023년, 매년 3월 셋째 주 마다 있는 서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릴레이 부문이 생겼었다.

네 명이 팀이 되어 정해진 거리의 구간별로 완주해서 총 42.195km를 뛰는 방식이었는데,

우리 크루에서도 자연스럽게 팀이 꾸려졌다.

힘겹지만 즐겁게 완주한 뒤 가진 술자리에서, 20대 중반에 춘천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던 분이 그때 이야기를 꺼냈다.
“언젠가는 한 번쯤 풀코스를 뛰어봐야 하지 않겠냐."
내가 느끼기엔 그 말은 그냥 여느 술자리의 대화가 그렇듯 지켜지지 않을 가벼운 대화라 생각했다.

그 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래요, 그럼 우리 모두 춘천에서 한 번 풀코스 달려 봅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2023 춘천마라톤 42.195km 부문에 접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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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준비 과정이었다.

5-10km 러닝만 해왔다 보니 그 이상의 거리는 어떻게 달려야 하며 내가 어떤 목표로 뛰어야 하는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아서 몸으로 부딪히는 수 밖에 없었다.

순조롭게 가나 싶었지만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거리를 늘리면서 컨디션을 관리하지 않았던 나는

대회 3주 전, A형 독감에 걸렸고 후경골건염까지 겹치면서 대회를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상태까지 갔다.

KakaoTalk_20250925_154445801_01.jpg 2023년 춘천마라톤

결국 포기라는 선택은 끝내 하지 않았다.

다행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을 했고 준비해오던 풀코스 마라톤에 처음 출전했다.

처음 맞이하는 42.195km.

처음 느껴보는 듯한 고통과 아직 회복되지 않은 발목의 후경골건염 통증이 34km 이후 부터는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마다 올라왔지만 어떻게든 완주했다.

03:59:49, Sub4 였다. 턱걸이다. 사실상 4시간이 넘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해냈다는 기쁨은 컸고, 스스로 대단해진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땐 ‘앞으로도 이 정도 기록은 계속 나오겠지’라 생각했었다.


2. 두 번째 마라톤, 2024 JTBC마라톤

2024년, 러닝 열풍이 불었다.

마라톤 신청은 몇 초, 길어야 1~2분 만에 마감되고 대회에 참가하려면 운이 따라야 했다.

그 열기에 휩쓸려 나 역시 JTBC 마라톤에 신청했다. 운이 좋게도 출전권을 얻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러닝보다 하이록스 훈련에 빠져 있었다.
매일 고강도 운동을 이어가며 근력과 단거리 러닝은 분명 늘었지만,
풀코스를 준비하는 러닝은 거의 하지 않았다.


KakaoTalk_20250925_154445801.jpg 2024 하이록스 인천

사람들은 말한다.
“마라톤을 준비하려면 최소 한 달 150km, 많게는 200km의 러닝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고.

그런데 내 2024년 여름 기록은 이랬다. 7월 18km, 8월 50km, 9월 120km.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10월, 하이록스 대회에 출전해 1시간 15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 직후, 별다른 준비도 없이 JTBC 마라톤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04:25:19.
첫 마라톤보다 훨씬 뒤처진 기록이었다.

완주한게 정말 천운이었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지만, 결승선을 넘는 순간 내 마음에 남은 건 오직 분함뿐이었다.

그날 나는 확실히 알았다.
마라톤은 절대 우연히 완주되는 게 아니다. Sub4조차도 철저한 준비 위에서만 가능하며,
준비 없는 마라톤은 그저 객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KakaoTalk_20250925_154445801_04.jpg 아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2024 JTBC 마라톤


3. 세 번째 마라톤, 2025 동아 서울국제마라톤

JTBC 마라톤에서의 기록과 그 날 느꼈던 감정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준비되지 않은 마라톤은 객기다."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히 준비해보기로 결심했고, 2025년 3월 동아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 마라톤에 접수했다.

다시 Sub4에 진입하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았다.

겨울 동안 다시 마일리지를 쌓아갔고 지난 여름과는 다르게 첫 마라톤을 준비 할 때 만큼 달렸다.

마음가짐 또한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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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6일, 결과는 03:53:51

JTBC보다 30분 가까이 단축했고, 첫 춘천보다도 6분 줄였다. 기록만 보면 분명 PB였다.

목표했던 Sub4에는 다시 진입 했지만 이상하게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준비과정은 2년전과 다를게 전혀 없었다.

운 좋게 Sub4를 다시 세웠을 뿐,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이 남았다.

그날 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유지만으로는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4. 2025 춘천마라톤 D-31

올해는 크루 안에서 자연스럽게 “춘천 마라톤 풀코스를 다 함께 뛰어보자”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 흐름 속에서 많은 인원들이 춘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인원 중에는 나도 있다.

나의 네 번째 마라톤, 그리고 두 번째 춘천마라톤.
첫 번째 풀코스를 완주했던 바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이번 목표는 03:39:59.

3시간 40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누군가는 "겨우 저 정도 기록을 잡고 호들갑을 떠네."라고 할 수도 있다.

Sub4가 쉽거나 이보다 더 빠른 기록을 절대 기준으로 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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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년전과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함께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며 동기부여가 되주는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예전엔 하기 싫어서 피했던 훈련들(LSD, 인터벌)을 묵묵히 참아가며 불편한 상황에 몸을 자꾸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른운동 때문에 하기 힘들고, 더위가 조금만 누그러지면 뛰겠다고 했던 핑계들도 묻어두었다.


첫 풀코스였던 춘천의 도로는 아직 선명하다.

어디에서 무너졌고 어느 지점에서 고비였는지 잊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의 과정을 넘어,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춘천으로 향한다.

목표도 분명히 있지만 기록이 다는 아니다.

중요한 건 지난 경험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그리고 웃으면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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