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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Nov 12. 2023

너와 나

영화 '너와 나'


나는 네가 되고 너도 내가 된다는 건

내가 너를 상실하고 나면 나는 반쪽만 남는다는 뜻이다. 

같이 보던 풍경은 이제 상실의 풍경이 되고

이어폰 두짝이 원망스러운 것이 되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상실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너의 상실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너는 이 세상 '유일하게 새빨간 수박'이었는데. 


- 영화 '너와 나'를 보고. 2023. 11. 06


저는 이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자연스러운 색감과 표정, 그리고 '너'로 보이기도 하고 '나'로보이기도 하는 너와나의 손글씨도..


내년이면 벌써 세월호 10주기가 되네요. 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길에도 정말 많이 울었는데, 지하철이든 거리든 바쁘게 지나가는 20대 친구들을 보며 그 친구들이 더 생각났습니다. 세상에 모든 상실이 아프지만 유독 더 아프고 무겁게 느껴지는 상실이 있지요. 저는 이제야 그것을 더 저릿하게 느낍니다. 

어떤 죽음들에 대해서는 애도를 애도로 보지못하고, 다른 프레임을 씌우면서 저지하려고 하는게 저는 싫어요.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주세요.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좀 주세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만을 보여주는, 여느 10대 소녀들의 감성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조현철 감독님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세월호의 언급없이, 단지 하은이와 시은이가 서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함으로써 결국 그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대상으로 느껴지게 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미 짐작하고 있는 그 상실을 가늠할수도 없게 키워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가 더 따뜻한 이유는 '그 상실을 슬퍼하세요' 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대신 전해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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