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내리는 여름의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즐기는 일요일 아침의 달콤한 늦잠. 주말인 오늘도 녹화가 있어 이른 시간 집을 나섰다. 종로 근처에 지하철 출구를 나서는 순간 '자드락비'가 쏟아졌다. 이를 어쩌나. 목적지까지는 도보로 꽤나 걸어가야 하는데. 잠시 비를 피해야겠다 싶어 어느 벤치 아래로 들어섰다. 그 순간,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비바람에 흩날려 가로수의 커다란 나뭇잎이 한껏 바닥에 붙어있었고, 그 위로 자드락비가 퍼붓던 일요일 아침 8시 30분 즈음. 나처럼 일요일 아침부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 또한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늘 녹화가 무사히 잘 끝나길.
아니, 잘 될 거라는 생각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다. 다만 일로서 부담 없이 즐겁게 일하려는 내 마음이 떨어지는 자드락비의 방울처럼 가벼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