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열차 문이 닫히려던 찰나에 한 남자가 겨우 뛰어들어 몸을 실었다.
한 여름의 장맛비가 쏟아지던 초저녁이라 한쪽 어깨와 찝찝하게 젖은 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 손 가득 들고 있던 꽃다발. 언뜻 보아도 누군가에게 저녁 식사 자리와 함께 꽃 선물을 하러 가는 듯 보였다. 누군가에게 향하는 모든 선물이 마찬가지겠지만 꽃 선물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것을 건네는 것이지,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꽃 선물을 한가득 안고 지하철에 뛰어든 남자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다.
문득, 지나치던 거리에서 꽃집에서 예쁘게 담기는 꽃 선물을 보며 마냥 행복해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떠올랐다. 꽃 사러 오는 사람들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와 함께 행복이 듬뿍 묻어있었다. 꽃을 선물 받을 사람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했겠지?
몇 년 전 방송되었던 tvN 프로그램 <어쩌면 오늘은, 선다방>에 등장했던 두 남녀가 떠오른다. 꽃을 처음 선물해보는 남자와 처음 꽃 선물을 받아보는 여자.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녀는 여자들이 꽃 선물을 유독 좋아하는 까닭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꽃을 선물 받는다는 것은 남자가 꽃집에 가서 어색해하던 순간까지 포함된 선물이잖아요. 꽃집으로 갈 때까지 여자를 생각하는 그 예쁜 마음들이 담겨있는 거라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빗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흠뻑 젖은 남자의 꽃다발 선물은 성공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행복해졌던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