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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Sep 12. 2020

누군가를 떠올리며 시를 쓴다는 것은

양세형, <별의 길>

개그맨 양세형 씨의 재치와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를 참 좋아한다.


여러 상황 속에서도 번뜩이는 포인트를 찾아내고 아주 시기적절하게 날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니. 방송에서 보이던 그의 천진난만하고 높은 텐션으로 인한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SBS 예능 <집사부일체 - 이선희 편>에서 그가 써 내려간 한 편의 시는 몹시도 놀라웠다. 한 구절씩 직접 읽어 내려가던 그의 목소리에 가수 이선희 씨는 짤막한 비명과 함께 고개를 숙였고 제작진은 그의 시 구절에 맞는 배경음악을 조심스레 선곡했다. 세형 씨가 시를 쓰며 떠올렸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유독 <집사부일체>에서만큼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던 그이기에,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연예인이지만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사랑하는 이가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까맣게 칠했다던 그였다.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차가운 이별 후에 기억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마법의 지우개가 주어지지 않는 우리들의 인생이기에, 그의 시가 슬프고도 아름답게 읽혔다. 부디 그가 떠올렸던 누군가에게 이 시가 한 뼘이라도 닿았기를. 길었던 한 여름밤의 계절을 떠나보내는 9월의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아 참, 글을 쓰고 보니 이번 발행이 벌써 100번째 글.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터라 쉽게 짧디 짧은 글조차 쓰지 못했던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일상의 풍경과 가을의 소리들을 기록하길 바라며... 오랜만에 잡아보는 펜과 일기장에 조용히 물어본다. 여전히 나를 기다리며 잘 지냈냐고!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그냥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그대가 생각났소


난 몰랐소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나타나지 않았소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의 어둠을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오늘도 고개 들어

별의 길을 쳐다보오


- 양세형, <별의 길>


https://tv.naver.com/v/3337018?query=%EC%A7%91%EC%82%AC%EB%B6%80%EC%9D%BC%EC%B2%B4+%EC%96%91%EC%84%B8%ED%98%95+%EC%8B%9C&plClips=false:3337018:2843870:8773424#comment_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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