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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고래 Jan 20. 2021

웅녀와 토르

딥컬쳐로 본 아스가르드

사람이 되고 싶은 곰. 환웅(하늘신)에 빌었더니 쑥을 몇 달간 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 먹어보니 사람이 되었는데 이에 감동을 받아 환웅이 직접 내려와 자녀를 가졌다는 한반도 단군신화. 여기서 곰 말고도 호랑이도 단식대회?에 참가했는데, 쑥이 맛이 없어 도망갔다고 한다.


한반도 딥컬쳐가 국가 창시자의 부계혈통을 "하늘"에 잇고, 모계혈통을 "땅"에 있는 천지인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해석으로 이를 바라 보았을 때, 곰을 숭배하는 민족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민족 사이의 전쟁/경쟁에서 전자가 승리하였고 그 연장선에서 스스로 하늘의 자손이라 일컫는 부족과 결탁하여 새로운 문화/국가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똑같은 렌즈를 앵글로 토속신앙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들의 향토 내러티브는 흔한 유럽발 서양신화가 그렇듯 두 신의 영역이 전쟁을 하면서 시작되는데, 두 진영을 각각 아스가르드(Aesir)와 바니르(Vanir)라 한다. 잘 알려진 오딘, 토르, 로키 등은 아스가르드에 속하고 바니르에는 오딘의 아내 Freya가 속해있다. 오딘은 무력과 전쟁 등을 권장하는 세계관 최강신이며 Freya는 사랑과 출산을 상징하는 신이다. 오랜 전쟁 끝에, 두 진영의 신들은 서로 힘이 비등하다는 것을 깨닫고 평화협정을 맺은 뒤 통합되는데, 여기서 상대적으로 아스가르드가 더 높은 클래스인 것으로 취급된다. 여기서 이 민족들이 남성성을 더 우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스가르드와 바니르는 각각 속해있는 신들이 다르다. 이를 아스가르드 신을 믿는 부족과 바니르 쪽 신을 믿는 부족이 서로 전쟁을 일으키다 화해하고 뭉쳤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음과 양의 조화라 볼 수도 있다. 물론 아스가르드가 남성성을 상징하고 바니르 쪽은 여성성을 상징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다. 무엇이 여성성이고 무엇이 남성성인가? 하지만 바니르 쪽이 지혜, 예견, 건강, 사랑 등을 담당하는 것을 보았을 때 확실히 더 부드러운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이 정답이냐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증명할 수 없다. 그러기에 참 재밌는 것 같다.


- 아침에 딥컬쳐 책 쓰다 갑자기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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