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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고래 Jan 23. 2022

땅을 파도 돈이 나오지 않는 이유

화폐, 인간, 그리고 이념

"달러패권에 도전했지만 결국 크립토가 Son of a Dollar라는 건 크립토에 발 들여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Game Fact지. 그래서 그렇게 막 새롭거나 신기하진 않아.. 그냥 달러의 연장선이자 이름만 다른 또 다른 달러일 뿐"


"그렇군"


"그래서 한 지금 4만달러 정도 하는 비트코인이 한 몇십 불대로 떨어지면서 제대로 무너져야, 아 이게 결국 달러에 페깅하면 결국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구나.. 하는 걸 깨닫지 않을까"


"몇십 불.."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USDC, USDT, UST 등이 무너지면 과연 크립토가 건재할까? 이미 미국 증시 지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말이야"


"그럼 어디다 페깅 시키지?"


"차라리.. 금에다 페깅 시키면 또 모르지 ㅎㅎ.."


"근데 돈은 원래 실체가 없는 거잖아?"


"실체?"


"응, 애초에 화폐 자체를 금이나 비단이나 향신료 등에 페깅하는게 의미가 크게 있는가 해서.."


"US가 금본위를 포기하고, 실체가 없어지긴 했지"


"그니깐. 실체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실제적인 물건들을 수치화하자는 약속이 화폐인건데,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물에다가 바로 비트코인을 페깅하는게 가능하냐는 거야"


"누군가에게 (달러로부터 독립한) 비트코인을 가져갔을 때 항상 일정한 비율로 금을 주거나, 된장국을 퍼주거나 집을 지어주거나 커피를 타 주면 그럴 수 있겠지? 이는 결국 누군가가 지도자로 나서거나 해서 실체적 무엇의 공급/유통을 중개하고 해야 하는데, 탈중앙은 모두가 우두머리라고 외치는 동시에, 제대로 된 우두머리가 없는 곳이라서 그게 불가하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마저 Dencentralize 된 곳이랄까.."


"그렇다면 차라리 엄청 나중에 달러가 약해지고 다들 코인을 쓰게 되면 그냥 달러를 대체하는 또 다른 수치가 되는 거 아닌가? 여전히 어떤 집단의 전투/전쟁력에 페깅되어서 말이지.. 결국 달러는 여러 화폐 중에서 패권의 중심에 있는 화폐이고, 그런 달러 같은 화폐는 항상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화폐는 실체에 페깅이 되면 화폐가 될 수 없는 것 같아"


"흠.."


"왜냐면 사과, 금, 비단, 쌀 같은 것들은 인간들 의식 수준에서는 '숫자' 보다 불안정하다고 인식돼서 만약 코인이든 달러든 소위 화폐라 불리는 것들이 실체적 물건에 페깅되었을 때 사람들이 '숫자' 라던가 '군대' 보다 불안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허상인 것들이 오히려 실제적인 것들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거든, 변화가 눈에 안보이니까?"


"아주 재밌는 포인트야. 흠.. 그렇다면 먼저 화폐를 만들고, 수호하고 팽창하기 위해서는 결국 여러 인간들이 집단을 형성하여 군대를 이루어야 하는데, 탈중앙 이데올로기의 집단만큼 지리멸렬한 곳이 없어. 애초에 우두머리를 좋아하지 않는 곳인데, 우두머리 없는 군대가 있을까? 있어도 오합지졸, 소규모로 돈 받고 사람 목 따러 댕기는 Mercenary 집단 정도에 그치겠지. 그래서 여전히 비트코인은 US의 총과 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 느껴지는 것이고.. 근데 맞아. 너가 말한 것처럼 미국이 아니더라도 항상 다른 집단 군대에 의존할 것이라고 봐. 자체적 군대 형성이 구조적으로 불가하거든. 결국 화폐라는 개념이 지속되는 이상, 그 본질적 패턴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랄까? 그 패턴을 깨려면 애초에 화폐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겠지? 메타버스든 화폐든, 된장코인이든 결국 '화폐'이기에 화폐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거지.."


"오홍.."


.

.


"아무리 땅을 파도 화폐는 나오지 않는다"


화폐는 인간이 만든 실체가 없는 "상"이다. 인간의 "의미"로 만들어진 본질적으로 Bias인 무엇이다. 그럼에 화폐는 우선적으로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이 몰려있는 곳, 인간의 관심을 좋아하며, 인간의 Bias가 많이 들어간 것을 좇는다. 뒷산의 흑염소와 태평양 다금바리에게 화폐 쪼가리를 갖다 주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약초 캐러 다니다 절벽에서 굴러 다리 살이 찢어진 곳에 100달러짜리 종이조각을 문지르거나 10억이 찍힌 통장잔고 스크린을 빚춰도 상처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세균 감염은 될 수도..


그리고 화폐는 Quantitative Bias다. 무엇을 양적으로 해석하고, 반드시 양적 심볼로 전환해서 인지한다. 어떤 깊이보다는 양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 인구수가 많아야 하고, 소비가 많아야 하며, 뭘 많이 만들어내고, 뭘 계속 많이 하는 곳을 좋아한다. 그런 화폐는 흙, 물, 바람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것을 "흔하다" 해, 그런 것을 따라가지 않고 그런 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대가 지금 들이고 마시고 있는 어름에는 듯한 겨울 공기의 화폐적 값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밟고 있는 바다모래의 화폐적 가치는 무엇일까? 화폐는 그런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 아무리 땅을 파도 화폐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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