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의 물탱크를 보아하니 대형 고기들이 아주 빽빽하게 가득 차 들어서 있는 것이다.
강한 턱과 근육질 몸에 영역 결투가 가히 대단하다 할만한 존재들인데, 서로 숨 쉴 틈 없이 빽빽히 차 있는 물탱크 안에서는 영역 결투도 없고, 물 밖으로 뛰어 오름도 없으며, 그날 먹을 것을 사냥함은 무슨.. 누군가가 위에서 흩뿌려 주는 밥만 먼저 받아먹는데 다들 급한 것이다.
누군가가 바다에서 잡아와 프레임에 가둬 버리니.. 딱 그 프레임만큼 살아가며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잊어 몸을 어디에 뉘어야 하는지, 이 옆에 있는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날 먹을 것을 스스로 잡기 위해 사냥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리둥절 어리둥절하다 위에서 부스스 떡밥들이 떨어지면 뭔지는 모르겠으나 냅다 그것만 받아먹기에 바빠진 것이다.
그러다 쓰나미가 나 물탱크가 바닷물에 잠겨 프레임이 깨지고 자유로워 졌을 때.. 하지만 위에서 누군가가 떡밥과 고깃덩어리를 더 이상 떨어뜨리고 있지 않을 때.. 어떤 존재도 곁을 떠나버린 광활한 여백에서 궁극에 스스로 홀로 서 있음을 깨달았을 때.. 이미 뼛속까지 양식어가 되어버린 누군가는 병적으로 또 다른 물탱크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댈 것이고, 누군가는 진정 그 여백에서 들개가 될 것이니..
하물며 바다에서 잡아온 고기들도 그러한데.. 물탱크에서 태어난 존재들은 어떡하는가? 아니, 오히려 그들은 편하다. 자신이 있는 곳이 물탱크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라고, 그것이 시대라고, 그것이 우주라고..
하지만 그것이 물탱크임을 인지했을 때는 어찌할 것인가? 어느 순간 문득 스스로가 물탱크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어찌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