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고래 May 31. 2022

양식인을 질문하다

횟집의 물탱크를 보아하니 대형 고기들이 아주 빽빽하게 가득 차 들어서 있는 것이다.   

   

강한 턱과 근육질 몸에 영역 결투가 가히 대단하다 할만한 존재들인데, 서로 숨 쉴 틈 없이 빽빽히 차 있는 물탱크 안에서는 영역 결투도 없고, 물 밖으로 뛰어 오름도 없으며, 그날 먹을 것을 사냥함은 무슨.. 누군가가 위에서 흩뿌려 주는 밥만 먼저 받아먹는데 다들 급한 것이다.


누군가가 바다에서 잡아와 프레임에 가둬 버리니.. 딱 그 프레임만큼 살아가며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잊어 몸을 어디에 뉘어야 하는지, 이 옆에 있는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날 먹을 것을 스스로 잡기 위해 사냥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리둥절 어리둥절하다 위에서 부스스 떡밥들이 떨어지면 뭔지는 모르겠으나 냅다 그것만 받아먹기에 바빠진 것이다.


그러다 쓰나미가 나 물탱크가 바닷물에 잠겨 프레임이 깨지고 자유로워 졌을 때.. 하지만 위에서 누군가가 떡밥과 고깃덩어리를 더 이상 떨어뜨리고 있지 않을 때.. 어떤 존재도 곁을 떠나버린 광활한 여백에서 궁극에 스스로 홀로 서 있음을 깨달았을 때.. 이미 뼛속까지 양식어가 되어버린 누군가는 병적으로 또 다른 물탱크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댈 것이고, 누군가는 진정 그 여백에서 들개가 될 것이니..


하물며 바다에서 잡아온 고기들도 그러한데.. 물탱크에서 태어난 존재들은 어떡하는가? 아니, 오히려 그들은 편하다. 자신이 있는 곳이 물탱크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라고, 그것이 시대라고, 그것이 우주라고..

하지만 그것이 물탱크임을 인지했을 때는 어찌할 것인가? 어느 순간 문득 스스로가 물탱크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어찌 살아갈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는 시대를 따르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