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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un Cho Nov 20. 2018

일단 지구를 떠나 보기로 했다

영국 워홀의 기록

나는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당신이 해외여행을 2주간 가게 되었다면 순간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일단 재미있을 것 같다. 무얼 할지 흥분된다.

그리고 나중엔 걱정도 조금씩 마주한다.

'거기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어떡하지?', '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 '말이 안 통하면 어떡하지?'


이러한 고민들은 2018년에 다다른 우리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걱정이다.

'모르면 검색하면 되지. 인터넷에 다 나와있잖아.'

'어딜 가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통로로 엿볼 수 있다.

가보진 않았지만 충분히 여행 계획할 수 있게 만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추천 제도가 존재하고

세계의 기삿거리들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이모티콘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문득 내 머릿속에 하나의 재밌는 가정을 주입 해봤다.

 지구는 내가 알고 있는 지구가 아닌,

진실과 거짓의 조합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으로 덮혀진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맛집이라고 매스컴으로 인해 소문난 음식점에서 돈을 낭비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다수의 의견으로 나의 패션이 세대간 유니폼이 되는 경험도 하며,

재미가 없다고 소문난 영화가 당신에게 인생 영화가 될 수 도 있다.


몸을 움직여 직접 맞닿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나도 많다고 느끼는 시점이 왔다.

의견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나에게는 진실이 아닐 수 있기에.


나에게 있어서 지구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다.

실제로 지구를 떠난다고 가정한다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그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사진뿐이다. 그리고 그 사진조차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던 숨 쉬는 방법, 걷는 법등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수정이 필요할 것이고,

방대한 새로움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 고향이라는 지구를 떠나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을 탐험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다.


영국은 보통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워홀이 가능하게 된 역사가 길지 않기에

호주나 캐나다등에 비해 적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물론 관광을 위한 정보들은 많다.


영국의 흰 우유가 우리나라의 우유 맛과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년 전 영국을 여행한 적 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소함에 관광지로 유명한

런던 브릿지를 흰 우유를 마시면서 왕복을 한 기억이 난다.

( 흰 우유를 밖에서 마시면서 돌아다닐 만큼 순수한 입맛이 아니다. )

영국은 크게 지방의 함량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우유를 파는데

 Whole, Semi-Skimmed, Skimmed milk

로 나뉜다.

Whole milk는 캐러멜 캔디의 맛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인터넷에서 한국의 인스턴트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표현하는 동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인스턴트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이 아닌 그 나름대로 다방커피라 불리는 맛이 있다.

그 말은 즉슨, 신선한 커피의 맛과 동일시하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면 먹을 만했다.

하지만, 이곳의 인스턴트커피는 정말로 맛이 없다. 자판기 블랙커피맛의 -3배 정도 맛없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알기 힘든 재미난 순간이다.



인천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인천을 본다.


바다와 가까운 섬이 보인다.

마치 내가 직접 갈 수 있는 환경의 끝에 다다른 느낌이다.

판타지에 나오는 새로운 세계에 다다르는 방식과 같다.

비행을 이용하여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의 정신적 한계를 초월하는 기분이 조화를 이룬다.


공항에는 드넓은 콘크리트의 들판 같고,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메운다.


내손에는 23.1kg의 캐리어와 일주일치 식량이 들었을 만한 백팩, 여행용 기타를 들고 체크인을 기다린다.

데스크 앞에 서는 순간 나는 2년 전 영국 여행을 떠올렸다.

그 당시 나는 언제 돌아올지 정하지 않아서, 왕복 비행 티켓이 아닌 편도 티켓만 구매를 했었는데,

체크인 담당자가 다른 국가로 이동하거나 돌아오는 교통 티켓이 없으면 나를 보내 줄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어 다른 나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담당자와 재밌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볍게 마무리지었다.

“관광이라도 이젠 왕복 티켓 없어도 돼요. 법이 최근에 바뀌었어요, 박지성 때문에 그런가?”

“ 손흥민 때문일 수도..”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이 많지 않기에 주로 앞이나 옆의 시야를 사용한다.

정수리의 모양으로 사람을 기억하지 않듯이 말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이리저리 각도를 변경해가며 사진을 찍게 되면

눈으로 기억하던 장면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데,

그중 좋은 예를 얻게 되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국의 영토는 바다, 땅, 구름이 조화를 잘 이루는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떠나면서 알게 되었다.



영국 음악이 좋아서 거기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들이 무슨 환경에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해나가는지 궁금했다.

단순하고도 명확한 이유였다.

이 또한 TV, 음악, 영화 등을 통해 심어진 마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기로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단순한 이유들이 쌓여가며 복잡한 이유가 되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고,

생활물가가 다른 하루는 어떨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다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

탐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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