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un Cho Jan 17. 2019

일단 지구를 떠나 보기로 했다.
시간의 시작점

영국 워홀의 기록

내가 살고 있는 이야기는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에 오게 된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2016년 서울은 지금의 서울과 다를 바 없었다.

구직난, 청년의 눈으로 청년들을 바라보고 살아남기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나의 반복된 생활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삶에 조그만 첨가물을 넣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다.


영어를 쓰는 국가에 가본 적이 전혀 없는 나는 고민에 빠진다.

영국 땅을 밟기 전에 영어를 연습해야 될 것 같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다.

카우치서핑이라는 앱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카우치(소파)+서핑(surfing)으로 이루어진 말인데,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 집에서 숙식하는 것이다.

카우치서핑은 우리가 흔히 아는 에어비엔비와 비슷한 개념인데,

가장 차이나는 점은 돈이 오고 가는 게 아니다. 

호스트는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해주고 당신은 호스트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한마디로 흥미 있는 여행객을 재워주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이야기 하나 건네고 방문 닫고 호텔처럼 생활하고 싶은 계획이라면 

당신은 카우치서핑을 이용해선 안된다.


가끔은 그들은 당신에게 음식을 해주기도 하고 같이 펍에 놀러 가자고 제안하기도 할 것이며,

이런 요소들이 당신이 숙소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당신은 독방을 가질 수 도 있고 말 그대로 원룸에 있는 소파에서 밤을 지새울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힘들수록, 극적일수록 나중엔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돌아왔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영국에 도착하기 2주 전부터 여러 명의 호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략 30명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나에게는 한 달간 지낼 수 있는 집이 생겼다.

 

2016년 10월 런던의 빅벤과 런던 브릿지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이 광경이 내가 태어나서 실제로 마주한 유럽의 모습이었다.

어땠냐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렇다, 나는 관광객이 주로 보고 싶어 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곳을 갈 때마다, 

그냥 큰 다리구나, 인터넷에서 본거구나, 그냥 건물이네.

이게 나의 감상평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친구를 새로 사귀고 그들과 어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럽에 온 김에 10개국을 카우치서핑을 이용해서 유럽 전역을 돌아다녀보자고 결심하고

런던에서 시작하여 체코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소중한 추억을 갖고 그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항상 간직하고 지내게 된다.

그리고 2년 뒤 나에게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게 되는 기회가 오게 된다.

나는 런던 말고도 브리스톨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호스트를 얻게 되어 며칠간 묵게 되었는데,

이곳은 뭔가 특별했다. 그리고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중 하나로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카우치서핑 메시지를 보낸 친구는 브리스톨에서 지내다 온 친구였다.

조건은 이것이면 충분했다. 바로 승낙했다.

그리고 우린 서로 브리스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소중한 기억이 되게 끔 노력했다.

우린 서로 잘 맞았는데 왜냐면 서로 음악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결심했다. 2018년에 같이 브리스톨에서 살자고.

전형적인 브리스톨 분위기

사실 그때는 정말로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약속한 날짜가 다가올수록 왠지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국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세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2년의 영국 체험권을 따내게 된다.


처음엔 런던에서 봉사활동센터 같은 곳에서 지내면서 적응을 하고 지냈었는데,

지금은 약속대로 그 친구와 브리스톨에서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직장도 구하게 되고,  햇볕이 창문 틈으로 쏟아지는 방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나는 창문을 좋아한다. 왜냐면 서울에 살 땐 반지하에서 몇 년간 살았었는데, 햇빛이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없는 창문 너머


지금 까진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가 비싸다고? 오히려 서울보다 싸다.

영어 잘해야 되지 않냐고? 맞다. 하지만 여기 와서 늘면 된다.


물론 외노자의 삶은 고달프다. 하지만 적응을 하면 그때부턴 

그들과 동화되어 내가 외노자라는 것을 잊게 만들어 버리면 된다.

내가 아는 한국인은 이 곳의 사람들에 비해 치열하게 살아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던 사람이 덜 치열한 곳에서 오게 되면 어떨 것 같나?

만약 먹고살만큼 벌게 되고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혹자는 대마초의 향기에 매혹되기도 하고 

중독성이 강한 것들에 끌리기 마련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열심히 살고 싶게 만든다.

성취감이 올라가는 게 여기에선 눈에 띄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을 갖게 되는 문장일 것 같다.

꼭 이곳에 와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라고 매듭짓는다.

분명히 단일민족이 대다수인 한국 사회에서 나온 사람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아가면 느끼는 것들이 많다고 확신한다.

때로는 사회가 당신의 생각에 뿌리 깊게 주입시킨 내용들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게 할 것이며,

당신이 얼마나 좁은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것의 장단점들이 보이게 될 것이며,

당신이 살아가는 현재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

당신이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운 교육과정이, 

뉴스, sns, 다수인 사회가 당신의 생각을 만들었다.

그리고 당신이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당신의 선택을 결정한다."

라고 나를 항상 저울질한다.

  

한국 시계는 없다. 한국은 아날로그시계 안 쓴다. 첨단 도시니까.









작가의 이전글 일단 지구를 떠나 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