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미국 부통령 JD 밴스 있잖아. 그 사람이 한 인터뷰에서 "사랑에도 순서가 있다"라면서 먼저 가족을 사랑해야 하고, 그다음이 이웃, 그다음이 우리 지역 사회, 그다음이 우리나라,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세계의 이익을 고려하는 게 기본 상식이라고 말했대. 트럼프 정부가 지향하는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종교적 개념을 가져온 건데, 원래 종교적으로 '사랑의 순서'라는 개념은....."
<'사랑의 질서' 혹은 '사랑의 순서'로 번역되는 'Order of Love'는 라틴어로는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인데요, 이 개념은 가톨릭에서 중요하게 여겨져 왔어요. 즉 가톨릭에서 말하는 '사랑'에도 올바른 서열이 있는데, 그것은 처음에 하나님을 두고 그다음으로 나와 가족, 이웃, 그 외의 이들을 두는 것이죠. 밴스의 주장에 대해 당시 교황이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사랑의 질서란 모두에게 열려 있는 형제애'라고 반박했어요. >
나 : "엄마도 종교가 있지만 그 어떤 성직자도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말하지 '이웃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이 먼저'라고 강조하는 경우는 못 봤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과 가족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렇게 여기는 것과 "이웃보다 나와 가족이 먼저야! 그리고 우리 국민이 먼저야! 세계의 이익은 맨 마지막이니까 우리의 이익을 우선하는 건 당연해"라고 말해버리는 것은 심각한 왜곡인 것 같아. 넌 어떤 것 같아?"
아들 : "오, '사랑의 순서'라는 개념을 처음 들어봐. 음... 사랑에도 순서가 있는 건 당연한 것 같은데? 나와 가족보다 이웃이나 국가, 다른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밴스가 말한 '사랑의 순서'는 엄청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져. 나와 가족부터 사랑하는 것과 "그러니까 다른 나라 사람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하는 건 안돼"라고 말하는 건 너무 다른 거 아닌가?"
나 : "그치. 나는 밴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더 놀라웠어. '나'부터 사랑해서 확장해 가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지 그걸 단절로 생각해서 나, 가족,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아들 : "사랑의 개념이 '이익'으로 이해되는 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아. 그리고 모두가 연결돼 있는 세상에서 사랑의 순서를 완벽하게 적용하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해. 우리 이웃이 잘 살고 국민들이 잘 살고 세계 모든 나라가 평화로워야 나와 가족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로 다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나 : "그래, 바로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더 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희생하는 경우도 있는 거잖아. 거꾸로 모두를 위하는 게 결국 우리, 가족,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그러긴 쉽진 않겠지만... 엄마는 네가 너 자신부터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아,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나의 '사랑의 순서'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엄마는 '엄마 자신'보다 네가 먼저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