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장바구니 물가, 카트 가득 담았는데 100유로가 안된다고?
# 2018년 4월 말 어느 날
“한 달에 마트에서 쓰는 비용 얼마나 돼요?”
한 달 전쯤인가 몇몇 친한 한국 엄마들과 이야기 중에 물었다. 어느 정도 베를린 생활이 정착되면서 외식 회수도 줄어들고, 한 달에 소비하는 평균 식비 계산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한 즈음이었다. 우리 집을 제외하고 모두 4인 가구인 그들의 대답은 얼추 비슷했다. 700~800유로 선. 당시 환율 1300원 정도로 계산하면 대략 한화 100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집집마다 대충 식탁 위에 올라가는 메뉴 정도는 어느 정도 공유하는 사이이고 비슷한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터라 어쩌면 예상된 대답이기도 했다.
그 질문과 답이 오가던 당시 우리 집은 한 달 세 번 정도의 외식을 포함해 800~850유로 선의 식비를 소비하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며 걸핏하면 외식을 하고 아이 먹거리는 유기농 코너나 유기농 전문 마켓에서 가격 고민 없이 집어 들던 한국에서의 소비를 생각하면 비교적 착한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식탁 위가 초라해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냉장고에 종류별로 고기류가 떨어지지 않았고, 야채며 과일도 늘 풍성했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은 넘치도록 먹고, 맥주며 와인이며 온갖 주류도 부족하지 않게 비치하고 있었다. 일부 품목은 유기농인 ‘BIO’ 제품만 고집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베를린 마트 물가 엄청 싸다’는 말에 ‘한 달에 500유로 정도면 넘치도록 먹겠지’라고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오버된 금액이었지만, 그래도 먹고사는 ‘수준’을 생각하면 순수 마트 비용 750유로 이하는 만족할 만했다. 유리네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한국 가족인 유리네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베를린 생활을 시작한 4인 가족이다. 가족 수 자체도 많지만, 중학생 아들에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둔 구성원을 보더라도 당연히 우리 집보다 소비가 많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유리 엄마가 말했다. “우리 집은 마트 비용은 줄곧 500유로를 넘지 않았는데요.” 그 집과 우리 집 사이, 200유로를 훌쩍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알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말도 안 되는 과소비를 하고 있는 건가. 어쩌다 한두 번 상한 식재료를 버리는 일은 있지만, 그래도 200유로가 넘는 차이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답은 식탁 위 메뉴에 있었다. 대체로 삼시 세끼 한 식을 먹는 집과 한식을 자주 먹지 않는 집의 차이. 유리네는 한국 식재료를 판매하는 한국 마트나 아시아 마트에서의 소비 금액이 현저히 적었고, 우리 집은 매달 한국 마트 소비 금액만 200유로에 달했다. 하긴 독일 마트에서는 카트에 풍성하게 담아도 100유로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 마트에서는 같은 제품을 한국 가격 대비 1.5배의 금액으로 사야 하니 그럴 수밖에.
베를린에 온 후 처음 마트에 갔던 그 날이 떠올랐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고 남을 각종 먹거리며 기본 생활용품들, 엄청난 양의 생수까지, 카트 하나가 부족할 정도로 사 들고 나오면서 80유로가 안 되게 계산했던 기억. 마트 장보기에 동행했던 지인은 “여기도 신입사원 초봉이 높지 않은 데다 높은 세율, 치솟는 임대료 등으로 삶이 팍팍하다”면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아직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해결이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었다. 물론, 그날 우리가 간 마트가 독일의 많은 마트 종류 중 저렴하고 물건도 좋은 리들(Lidl)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그때 남편과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날리며 ‘한 달 마트 비용 500유로’로 누리게 될 베를린 라이프를 분명 꿈꿨었다. 어쩌다 보니 그 꿈은 실현되지 못한 꿈이 돼버렸지만.
유리네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그동안 80% 이상을 구매했던, 독일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마트인 에데카(EDEKA)에서의 소비를 20% 이하로 줄이고 리들을 주로 이용하는 것, 일주일에 장보기는 2회로 제한하는 것, 한식을 줄여 한국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 등이다.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 리들을 이용한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러 종류의 독일 마트들은 각자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다른 마트에 전혀 가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월 대비 ‘숫자의 차이’가 나쁘지 않다. 한식을 줄이는 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기껏 다짐해놓고는 김장하는 수준으로 한국 야채들을 사다가 하루 종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한숨도 나지만, 스스로 합리화를 해본다. ‘한국에서는 마트 한번 가면 20만 원 훌쩍 넘는 게 예사였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라고.
<오늘의 깨달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독일에 가면 독일식을 따라야 하는데 어찌하여 한국에서보다 한식을 더 많이 먹고 있는지! 입맛 좀 현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