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 구할 수 있는 걸까?
구직 활동을 시작한 첫날엔 들고 간 이력서를 두 장 밖에 쓰지 못했다. 매니저가 매장에 없었기 때문인데, 매장마다 매니저가 출근하는 날을 물어보고 체크를 해뒀다.
그리고 매니저가 나오는 날 이력서를 돌리러 2차 구직 활동에 나섰다.
일요일
일요일은 내가 두 번째로 방문했던 시무어 거리의 스타벅스에 다시 가는 날이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도 매장이 굉장히 여유로웠고, 일 하는 사람들도 순한 느낌이라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기도 하고 저번에 대화를 나눴던 파트너들이 굉장히 친절했어서 아침부터 왠지 자신감이 넘치는 기분이 들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일요일 오전,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시무어 스타벅스에 갔다.
그런데 막상 매장 문 앞에 서니 또 괜스레 겁이 나서 안쪽의 사람들을 살폈다. 전 날 내가 방문했을 때 대화했던 직원이 또 있었다! 반가운 마음과 민망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번엔 모카를 시켜야지, 생각하고 주문을 어떻게 할지 연습도 하고, 스타벅스 카드에 잔액이 있는지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매장에는 세 명의 직원이 일 하고 있었다. 첫 방문 때 대화했던 직원과 다른 남자 직원, 그리고 여자 직원이 한 명 있었다. 매니저가 여자라고 했기 때문에 저분이 매니저겠구나!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바로 레주메를 전달해도 됐겠지만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있었던 나는 음료를 시키기 위해 줄을 섰다.
괜히 찔렸는지 지난번 만났던 직원의 표정이 '쟤 이력서 내러 왔는데 왜 음료 시키지?' 하는 것 같았다.
음료를 시키며 이름을 묻기에 '지원'이라고 말 하니 그제야 남자 직원이 나를 알아봤다. 옆에 있는 매니저를 불러 내가 일을 구하고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러면서 한 번 봤다는 반가움인지 스펠링도 묻지 않고 당당하게 내 이름을 컵에 적었다.
약간은 풀어진 분위기에 나도 좀 더 편하게 말을 했다. 지금 일 구하고 있는데 이력서를 내고 싶다고,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 채용 중인데 이력서를 다 받고 나서 한 번에 진행을 한다는 대답을 했다. 아무렴 채용 중인 게 어딘가!
음료를 기다리며 스몰 톡을 이어갔다.
"얘 지난번에 왔었어~"
"맞아! 나 지난주 금요일에 왔었는데 너(매니저)가 없어서 언제 출근하냐고 쟤(남자 직원)한테 물어봤었어~"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며 내 이력서를 전달했고, 음료를 받아 기분 좋게 매장을 나왔다.
대화를 하다 보니 이곳에서 꼭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커졌다.
월요일
도서관 앞 그랜빌 스타벅스에 이력서를 내러 가는 날. 한국인 직원이 있던 그곳이다. 여기가 내가 지원한 다섯 개의 매장 중 이력서를 내야 할 마지막 스타벅스였다!
그런데 어제는 막 이력서를 내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제 갔던 곳이 너무 내 마음에 들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가지 말까? 생각까지 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정한 목표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어떻게 된 게 나는 가면 갈수록 이 과정이 쉬워지지를 않는다. 오히려 처음이 가장 쉬웠던 것 같다.
괜히 바로 매장으로 가기가 싫어서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보고, 밴쿠버의 9월 날씨를 한껏 느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역시나 망설여지는 마음에 빙글빙글. 매장 안을 살펴보려는데 창문이 너무 투명해서 직원들이 다 보이길래 괜히 아닌 척 도서관에도 한 번 들어갔다 나왔다.
괜히 와이파이도 잡아보고, '아 그냥 가지 말까?', '아냐, 그래도 가야지'를 무한 반복했다.
이번엔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행동하기가 두려울 땐 마음의 관점을 살짝 바꿔보는 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면접을 볼 땐 '나 여기가 그렇게 가고 싶은 곳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고,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때 '우린 그냥 친구야.'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떨리는 것 같이 말이다. 물론 그게 쉽지만은 않지만.
들어가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 잔 주문했다. 그러면서 하이어링을 하느냐 물었다. 저번에는 남자 파트너가 한국인이었는데, 이번엔 여자 파트너가 한국인인 것 같았다.
"한국분이세요?"
여자 파트너님이 물으셨고, 지난번 방문이 오버랩되었다. 그분은 내게 이력서가 있느냐 물었고, 나는 내 레주메를 건넸다. 그리고 안쪽에 있는 백오피스로 들어갔다. 매니저가 그 안에 있었나 보다.
잠시 후 내 이력서를 들고 들어갔던 파트너가 나와서 내게 말했다.
"She's gonna call you.(매니저가 연락 줄 거예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카라멜 마끼아또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지난 매장보다는 친근함이 덜 했다. 도서관 앞 바쁜 매장이라 더 그랬는지. 어제 갔던 시무어 스타벅스의 친절함이 살짝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전화를 준다는 말은 진짠가? 빈말인가? 제발 인터뷰만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그렇게 나머지 이력서 두 장 돌리기 미션은 무사히 완수했다.
하지만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 스타벅스에서 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