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느림 Oct 06. 2021

답안지를 보는 갸륵한 행위에 대해

짧은 생각 짧은 글 : (정)답이 없는 세상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한 탓에

머리로 하는 알바를 많이 했다.


꽤 오랜 기간 과외 선생님이었고,

적잖이 많은 시간을 조교로 보냈다.


해가 지나가도 매년 어김없이,

꾸준히 나타나는 빌런들이 있다.


바로 답안지 빌런이다.

답안지 빌런은 아래의 두 케이스로 나뉜다.


하나.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답지를 그대로 베껴오는 자


둘.

숙제를 살짝 시도해보고

답지를 보고 "아 이거 아는 건데"라며

답지를 베껴오는 자



내게 선생님 완장이 있을 때

숙제를 답지와 함께 해오는 친구들이

싫었던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였던 듯하다.


하나. 

숙제는 학생과 한 약속이다. 그런데 학생은 그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 즉, 약속을 어겼다.


둘.

나도 학생 시절에 '잘못된 일이다'라고 배웠기에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럴 싸 해 보이나

두 번째 이유는 관습이고 관성일 뿐

why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지 못했던 듯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학업과 멀어진 어느 날

답지를 보는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지

그 두 번째 이유에 대한 why를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니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틀린지는

스스로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라도 '틀릴 수 있는 답'으로 남게 된다.


학창 시절에

문제를 골똘히 고민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은

이후에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적용될 수 있는 능력으로 자란다.


그 연습들이 쌓여, 모든 문제에 대해

조금은 더 나은 '해답'으로

더 다양한 '해답'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나는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답지에 기대지 않고

고민 많은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유의미한 거름이 이 될 것이라

감히 생각하고 말해본다.



다른 짧은 생각 


작가의 이전글 변화를 맞이한다는 것 변화를 시작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