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쓴다고 나를 못 챙기는 삶이 되지 않도록

by 오창균


가수 이효리 씨와 이상순 씨 부부가 함께 나무의자를 만들고 있었다. 의자 기본틀을 다 만들고 의자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사포질이란 걸 하는데, 이상순 씨는 의자의 보이지 않는 바닥 부분까지 열심히 사포질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이효리 씨가 ‘오빠, 거기 누가 본다고 그렇게 열심히 문질러? 누가 안다고?’ 그랬더니 이상순 씨의 대답은 ‘내가 않잖아~’라고 말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 같지만, ‘누가 안다고?’에 대한 ‘내가 알잖아’라는 대답은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높이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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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나 자신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이 어디에 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정성을 쏟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주려 하거나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일상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여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아도, 남들은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소비한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이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의식하고 행동한다. 의식적 무의식적 패턴이 남에게 보이는 것에 맞춰져 있다.


물론, 남들에게 보이는 자동차, 옷, 액세서리, 가방, 신발 등에 대한 소비도 사람마다 필요한 부분이 있고, 추구함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소유할 수 있다. 다만, 자존감이 진정 좋은 사람들은 그렇게 남에게 보이는 것 이외에 그다지 눈에 크게 보이지 않는 양말, 손수건, 내 방안의 나만 주로 앉는 의자, 컵, 속옷, 책, 내 피부에 닿는 로션 등 남들에게 잘 보이진 않지만 자신과 밀접하게 연관된 작은 일상과 취향에도 이유와 나름의 철학이 있으며, 때론 보이지 않는 그것에 적잖은 금액을 쓰기도 한다.

굳이 명품이나 비싼 무엇이 아니더라도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무엇에 시간과 마음을 쓰고,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소비한다. 바꿔 말하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내 취향과 보이지 않는 내 추구함 보다는 '이걸 하면, 이걸 사면, 사람들이 나를 멋지게 보겠지?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겠지?'에 집착한다.

30대 초반 한 대학의 음대 원로교수님을 공항까지 모신적이 있다. 그때 당시 실장으로 재직했던 교육회사 대표님의 선생님이기도 했고, 소위 권위와 품위가 있는 어른을 뒷자리에 모시고 운전하려니 많이 긴장되고 여려가지가 신경을 써야 했다. 규정속도와 신호 준수, 차선 변경이나 멈추고 갈 때도 세상에 이렇게 집중하고 바른 운전을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공항에 도착할 때쯤 그 교수님이 전 이런 질문을 했다. ‘실장님은 혹시 자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엥? 솔직히 좀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분위기상 뭐라도 대답해야 할 듯해서 급히 뭐라 뭐라 말은 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어지는 그 교수님의 말은 ‘실장님이 공항까지 올 때 신호랑 속도도 잘 지키시고 운전을 잘해주셔서 아주 편하게 잘 왔어요, 자유라는 건 제가 차에서 내리고 실장님 혼자 운전하고 돌아갈 때도 저와 있을 때랑 똑같이 운전하는 거. 그게 진짜 자유예요’라고 말씀하셨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혼자 운전할 때나 남이 안 볼 때는 그렇게 부드럽고 매너 있게 운전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나 혼자만의 시간,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의 나는 나에게 그리 매너 있고 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에게는 그렇게 친절하려 괜찮아 보이려 노력하고,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들리는 데는 그리도 집중하고 집착하면서 나만의 시간 나의 공간 나의 존재는 대충대충 하고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 삶의 주와 부가 바뀌고 존중의 우선순위를 착각하고 있어서 일 확률이 높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 나의 방, 화장실, 그 안의 작은 물건들과 깔끔한 정리, 나의 취향과 나를 챙겨주는 마음을 가져보자. 때론 누군가에게 보이고 보여줄 때도 있겠지만 그 비중과 거기에 쓰이는 에너지가 나를 챙기고 나를 귀하게 여기는 비중보다 너무 많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의 작은 것을 위해주자. 누가 뭐래도 나의 시간은 소중하고 나라는 존재와 나와 연결된 공간, 장소 심지어 작은 머그잔 하나, 잠잘 때 베는 베개, 볼펜 하나와 슬리퍼 하나도 소중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와 무엇이 어울리는지 관심 가져주고 스스로가 자신을 챙기고 위해주자. 그럴 때 나의 자존감은 근본적으로 높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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