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0
illustrator by 햇살
요술이의 울음소리는 늘 들려오는 배경음악 같은 거라 그냥 가서 살펴보게 되는데 오늘은 햇살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엄마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햇살이는 찢어진 책을 들고 울고 있고, 요술이는 책 조각을 오물오물 씹고 있고. 엄마는 오늘도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흔한 부모의 반응은 무엇일까요? 아마 동생의 입에서 책 조각을 꺼내 주며 "뱉어. 왜 먹었어?"라고 화를 내고, 첫 아이에게는 "책 정리 안 하고 뭐 했어?"라고 또 화를 내기 일쑤입니다. 부모는 진짜 화가 난 걸까요? 아니지요. 첫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고, 책을 먹어버린 동생이 걱정되고, 찢어진 책을 들고 속상해하는 첫 아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마음과는 다르게 이럴까요? 감정이라는 게 한 순간에 하나씩만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놀람, 걱정, 안타까움과 함께 이 상황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과 해결하려는 힘듦이 뒤섞여 그만 '화'라는 감정으로 뭉뚱그려져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가 자주 날 때에는 진짜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건지, 아님 다른 감정들이 화로 표현되는 건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후 진짜 감정을 찾아 그에 맞게 행동해야 보다 쉽게 상황을 정리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담아
"햇살아. 엄마가 책 다시 붙여 볼게."
"요술이! 누나 방해하면 안 돼."
라고 말하고 상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럼 이게 끝일까요? 끝이면 좋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많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햇살이에게 중요한 일은 방에서 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부모가 동생을 잘 돌보아서 다시는 동생이 첫 아이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점점 자라면서 호기심과 움직임이 많아질 동생을 완벽하게 첫 아이로부터 분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동생으로부터 첫 아이를 분리하여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첫 아이가 동생으로부터 자신이 방해받지 않도록 스스로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첫 아이가 자기 방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첫 아이의 동의가 꼭 필요합니다. 만약 동의 없이 방에서 하라고 하면 마치 부모가 첫 아이를 방에 가둬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늘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그래서 부모가 지치기도 하지요. 문제가 예상된다면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언제나 대처보다 예방이 중요하답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너와나의 공간분리 지켜지는 가정평화]
#동생 #형제갈등 #남매갈등 #부모학교청동거울 #부모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