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9
illustrator by 햇살
요술이가 기어 다니고 서서 한 두 걸음씩 걷기 시작하면서 행동반경이 넓어졌습니다. 그만큼 호기심도 많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햇살이를 침범하는 일도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 햇살이는 자기가 예전에 가지고 놀던 놀잇감을 요술이가 가지려고 하면 못 가지고 가게 하더니 이제는 요술이가 가지려 하는 모든 물건을 다 뺏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집 안에는 햇살이의 "내 거야."라는 외침과 메아리처럼 따라오는 요술이의 울음소리가 가득찼습니다. 더불어 엄마의 정신도 함께 아득해질 때가 점 점 더 많아졌습니다.
이럴 경우 첫 아이가 참 얄밉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지금은 가지고 놀지 않지만 분명 자기 것이었던 딸랑이를 허락도 없이 동생이 가지고 놀려고 하면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관심도 없던 쿠션까지 동생이 손도 못 대게 하는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첫 아이의 행동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가지고 놀지도 않으면서. 동생 좀 줘."라는 부모의 말이지요. 그럼 또 첫 아이의 '기승전동생싫어.'가 되돌이표처럼 반복될테고. 생각해 보면 참 지겨운 일상입니다. 이런 지겨운 일상을 끊어 내기 위해 엄마는
"햇살아! 햇살이가 쓰지 않는 놀잇감을 정리해서 요술이에게 주는 건 어때?"
라고 '놀잇감 물려주기 의식'을 제안하였습니다.
놀잇감 물려주기는 첫 아이가 자신의 것이었으나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아 동생에게 주어도 되는 것을 상자에 담아 그 소유권을 동생에게 넘겨 주는 것입니다. 물론 첫 아이가 절대로 주고 싶지 않은 것은 물려주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엄마와 햇살이의 합의가 잘 이루어져 무사히 놀잇감 물려주기 의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놀잇감 물려주기 의식은 놀잇감의 소유를 정확히 구분해 주어 아이들간에 더 이상의 '내 거야.'라는 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 아이의 동의가 필요하고 반드시 첫 아이의 자유의사에 따라 물려줄 놀잇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부모의 회유와 설득이 첨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꼭 기억해야 합니다. 놀잇감 물려주기 의식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놀잇감을 소유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첫 아이가 동생에게 놀잇감을 물려주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자기 거라고 계속 소유권을 주장하며 동생이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동생은 물려받지도 않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려고 하면 안 되니까요.
이제 요술이는 자기 놀잇감이 생겼으니 자기 놀잇감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그 외 햇살이의 놀잇감을 가지고 놀려고 하면 햇살이가 요술이에게 "이건 내 거야. 넌 네 놀잇감 가지고 놀아야 돼."라고 말하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그러나 어린 요술이가 순순히 그 말을 들을 리는 없고 울게 되겠지요. 이때 부모는 요술이에게 "그건 누나 거야. 요술이는 요술이 거 가지고 놀자."라고 요술이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요술이가 조금 더 자라 말을 하게 되면 "가지고 놀고 싶으면 누나한테 빌려달라고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절대로 햇살이에게 양보를 강요하면 안 됩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달 동안 반복하게 되면 더 이상 요술이가 햇살이의 놀잇감을 함부로 가지고 노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햇살이도 요술이의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면 "이거 빌려줄래?"라고 말하고 요술이가 빌려줄 때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쿠션과 같은 주인이 없는 가족 공동의 물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지요? 이럴 때에는 "먼저 가지고 논 사람이 다 놀고 나면 다음 사람이 가지고 노는 거야."라고 순서를 정해 주고 지키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놀잇감을 사이좋게 가지고 놀면 되지 꼭 이렇게 소유권을 구분해 주고 서로 빌려달라고 하고 기다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 인정머리가 없는 것도 같지요. 그러나 이건 부모의 생각일 뿐입니다. 첫 아이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면 늘 동생에게 자기 놀잇감을 뺏겼으니 동생으로부터 침범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구분을 해 주면 더 이상 침범을 받지 않아도 되니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의 입장에서는 내 것을 보호받는 '존중'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가 존중받는 만큼 당연히 타인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내가 가지고 놀고 있어. 놀고 줄게. 기다려"라고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기면서도 동생을 잘 배려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동생과의 관계를 넘어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나 사회성 좋은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소유권 구분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오늘의 양육표어 - 놀잇감도 주인있다 주인의견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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