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8
illustrator by 햇살
오늘 햇살이는 요술이와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분명 같이 노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햇살이가 요술이를 데리고 놀더니 급기야 요술이를 가지고 놀 듯 놀이가 끝나버렸습니다. 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요술이는 그저 누나와 더 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누나를 방해하는 듯 상황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결국 햇살이의 손에 밀쳐진 요술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햇살이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을까 봐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잘 놀 때는 부모가 개입을 하지 않다가 동생이 우는 순간 개입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동생이 울면 대부분의 부모가 상황을 파악하기에 앞서 첫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늘 첫 아이는 자신의 잘못 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에 집중하게 되어 부모도 동생도 미워하게 됩니다.
왜 부모들은 상황을 파악하기보다 첫 아이에게 주의를 먼저 주게 될까요? 사실 부모는 늘 반복되는 일상이라 꼭 눈으로 보고 말로 묻고 귀로 듣지 않아도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 이미 파악이 되어있습니다. 또한 첫 아이는 동생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당연히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알면서 왜 그럴까?' 정도로 부모가 미리 생각을 재단해 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첫 아이도 어리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생이 늦둥이라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면 어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아무리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첫 아이가 이모 삼촌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저 동급의 자녀일 뿐 입니다. 따라서 나이와는 상관없이 자녀로만 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엄마는 햇살이와 요술이의 놀이를 지켜보고 있어서 햇살이가 요술이를 괴롭히려고 한 행동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우는 상황에서 당당한 첫 아이는 별로 없지요. 엄마를 보는 순간 햇살이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는데 햇살이 심장도 분명 쿵쾅거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야단을 맞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엄마가
"햇살이 실수했구나."
라고 말했습니다. 이 순간 햇살이는 '실수한 아이'가 되었고 긴장도 풀렸습니다. 실수했으므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엄마가 가르쳐 주었고 햇살이는 쿨 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첫 아이에게 "동생을 왜 밀고 그래?"라고 했다면 첫 아이는 '동생을 미는 나쁜 아이'가 됩니다. 첫 아이는 자신이 나쁜 아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니 동생의 잘못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구구절절이 이야기하게 되고 부모는 또 반성을 하지 않는 첫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첫 아이는 '엄마는 나만 미워해. 동생 정말 싫어.'라는 '기승전동생싫어'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됩니다.
혹여 정말 첫 아이가 동생을 나쁜 마음으로 밀어버렸다고 해도 덮어 놓고 야단부터 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이유가 없는 행동은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우는 동생을 부모가 안고 달래주면서 첫 아이에게 "무슨 일이니?"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첫 아이의 이유 혹은 변명을 들은 후라도 야단치거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훈육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아이는 배우며 자라는 중입니다. 당연히 크고 작은 실수가 정말 많습니다.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면 분명 다음에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때 보다 더 좋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덮어 놓고 야단부터 치게 되면 아이는 '나쁜 아이'로 자신을 인지하게 되어 자존감이 낮아지고 올바른 행동을 배울 기회가 없어져 다음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실수를 인정해 주고 더 좋은 행동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첫 아이도 나의 어린 자녀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부모도 속이 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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