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1
illustrator by 햇살
요술이가 햇살이의 방 문 앞에서 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술이 눈에 비친 누나 햇살이의 방은 신기방기한가 봅니다. 처음 보는 물건도 많고, 만져보고 싶은 물건도 많고. 못 들어가게 하니 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 방은 엄연히 누나 햇살이의 방이고, 햇살이의 중요한 일은 방에서 하기로 했고, 요술이가 햇살이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엄마가 막아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요술이가 방에 들어가고 싶다고 울더라도 햇살이의 방문을 열어 줄 수는 없는 일이지요.
흔히 이런 경우 부모는 동생의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하기 위해 첫 아이에게 "동생 좀 놀게 해 줘. 한 번만"이라며 첫 아이와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경우도 있고, 첫 아이가 집에 없을 때 몰래 동생이 첫 아이의 방에 들어가서 노는 것을 허락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되면 첫 아이는 부모가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부모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자신도 부모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은 자기가 떼를 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떼가 심해지고, 부모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해 더욱 첫 아이를 무시하게 됩니다. 결국 첫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동생을 더욱 경계하게 됩니다. 점점 더 첫 아이와 동생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는 원칙대로 요술이에게
"요술아! 누나가 지금은 안 된대.
엄마랑 거실에서 놀자."
라고 말하고 요술이를 거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가 몇 번이라도 똑같이 대처를 해야 아이들의 행동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부모가 약속과는 다르게 대처하게 되면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으니 절대로 약속을 어기며 몰래 허락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되돌이표가 있는 듯이 수없이 반복되는 햇살이와 요술이의 방 문 앞 대전에 어느 날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술이가 방에 들어가고 싶다고 문을 두드렸을 때 햇살이가 침대에서만 놀도록 허락을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던 햇살이가 자기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허락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는 자신의 권리가 보호되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그리고 자신과 동생이 같은 방에서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시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동생도 첫 아이의 말을 수용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동안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누나 햇살이의 방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된 요술이가 햇살이의 제안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햇살이가 등교를 했을 때 엄마가 햇살이 방을 청소하러 들어갔더니 요술이가 엄마에게
"누나 방은 누나가 허락할 때만 들어가는 거야."
라고 깜찍한 반격을 하였습니다. 정말로 요술이가 누나 방에 들어가는 방법과 예의를 알게 되었나 봅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에게 두 아이는 분명 한 세트의 개념이고 같은 카테고리에 있습니다. 마치 한 몸처럼 생각하여 경계 없이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 첫 아이와 동생은 다른 아이입니다. 따라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대해야 함을 부모가 인지하고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피고 공간에 대한 경계를 세워주는 것이 두 아이의 행복한 동행을 돕는 지름길 입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기약없는 무한반복 언젠가는 효과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