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2
illustrator by 햇살
오늘은 햇살이와 엄마가 공기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던 요술이는 누나와 엄마가 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일단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놀고 싶다는 요술이에게 햇살이가 딱 잘라 못한다고, 안 된다고 말해 버려 요술이가 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럴 경우 흔히 부모는 첫 아이에게 "동생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울리면 되겠어?"라고 야단을 치기도 하고, 동생에게는 "어려워. 넌 못 해."라고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해 더 울리기도 하고, 두 아이 모두에게 "이럴 거면 하지 마."라고 놀이를 중단시켜 버리기도 합니다. 재밌으려고 시작한 놀이가 이렇게 끝나버리면 너무나 속상하겠지요. 그래서 엄마는
"요술이 깍두기 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깍두기' 다들 기억나지요? 오래전 우리가 아이였던 시절 발달이 느리거나 나이가 어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가 있거나, 짝이 맞지 않아 한 친구가 놀이를 하기 어려울 때 우린 절대로 그 친구를 그냥 놀이에서 빼 버리지 않았습니다. 함께 놀기는 하지만 승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깍두기'를 통해서 말이지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다 같이 놀 수 있는 너무 좋은 놀이문화인데요, 오늘 엄마가 그 깍두기를 요술이에게 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요술이가 깍두기가 되면 요술이는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고, 햇살이도 자칫 요술이 때문에 못할 뻔한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엄마도 한 자리에서 두 아이와 평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분명 '일석삼조'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가지게 될 수 있어 어쩌면 '일석사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일이 허다하지요. 아이들이 쌍둥이가 아닌 이상 연령이 다르고 연령이 다르다는 건 신체발달을 비롯하여 인지발달과 언어 발달의 정도가 다르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동생은 하기 어려운 놀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연령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규칙이 있는 놀이보다는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거나 그네를 타는 것처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가 더 좋습니다. 규칙이 없으니 동생이 의도치 않게 놀이를 방해하는 일도 없고, 첫 아이도 실수를 하는 동생 때문에 답답해할 일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놀이를 하며 어울리다 보면 서로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어 둘 만의 놀이방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몸으로 뛰어노는 신체놀이는 쉽고 재미있다는 것 외에도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해 정서적 친밀감도 향상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첫 번째 상황은 첫 아이가 동생이 할 수 없는 고난도의 위험한 행동을 놀이를 가장해서 하는 것입니다. 즉, 철봉에 매달리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등을 하며 동생에게 못한다고 핀잔을 주거나 놀리기도 하고, 약이 오른 혹은 뭘 잘 모르는 동생이 따라 해 다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부모는 흔히 첫 아이에게 "동생 따라 하니까 하지 마."라고 말하고, 동생에게는 "위험해. 하지 마."라고 말하며 노는 내내 금지어를 남발하게 됩니다.
이런 부모의 말을 들은 첫 아이는 마치 동생 때문에 자기가 놀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어 억울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은 계속 놀이를 금지 당해 답답하고 재미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는 첫 아이에게 "철봉에서 노는 걸 동생에게 보여줘도 돼. 그런데 동생에게 못한다고 놀리는 건 안돼."라고 말해 주고, 동생에게는 "너도 철봉에 매달리고 싶구나. 철봉 놀이는 혼자 매달릴 수 있을 때 하는 거야. 형만큼 더 크면 하자."라고 못 한다고,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안전하게 놀이를 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두 번째 예기치 못한 상황은 첫 아이와 동생이 놀던 중에 첫 아이가 친구를 만나는 것입니다. 첫 아이는 당연히 친구와 놀고 싶어 동생은 생각지도 않고 친구에게 달려가 버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부모의 흔한 실수는 첫 아이에게 동생을 데리고 친구와 같이 놀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첫 아이는 동생 때문에 친구와의 놀이를 방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고, 동생은 형이 늘 자신과 놀아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같이 놀지 않을 때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이런 경우라면 첫 아이는 친구와 놀고, 동생은 부모와 노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생을 돌보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지 첫 아이의 의무는 아니니까요.
[오늘의 양육표어 - 규칙 없는 신체놀이 아이에게 최고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