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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Nov 25. 2024

너가 자꾸 지는데 어쩌라고...

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4

illustrator by 햇살





 햇살이와 요술이가 계단 먼저 오르기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가위바위보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지게 되는 요술이는 그만 토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누나와 같이 노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요술이지만 이제는 이기고 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이기고 싶은 마음도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햇살이도 만만치 않은 승부욕으로 반드시 이기리라는 마음으로 놀이에 임하니 요술이는 누나에게 질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서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 부모가 하는 흔한 실수가 있습니다. 첫 아이에게는 "동생이잖아. 좀 봐줘."라고 져 주기를 강요하며 화를 부추기고, 동생에게는  "질 수도 있지. 왜 꼭 이기려고 만 해."라고 말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틀린 마음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놀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입니다. 그러니 놀이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별 일 아니지요. 그래서 져 주라고, 져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이들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한 계단씩 먼저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제일 먼저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


라고 말했습니다. 규칙이 이렇게 바뀌면 가위바위보에서 많이 진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되는 것이므로 지는 것이 무조건 안 좋은 거라는, 이기는 것이 반드시 좋다는 생각에서 아이들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기고 지는 규칙을 모호하게 만들어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놀이를 놀이로써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늘 가위바위보에서 지던 요술이가 이긴 사람이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융통성 있게 사고하는 것이 어려우니 규칙을 바꾸고, 바뀐 규칙을 수용하며 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잘 설명하고 기다려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절대로 "넌 만날 지면서 그러냐."라고 핀잔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승부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승부욕이 있는 아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승부욕이 지나치면 지는 것에 대해 매우 자존심 상해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상대를 부당한 방법으로 이기려 하는 부정적인 모습도 가지게 됩니다. 승부욕은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부모는 승부욕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이기고 싶은 그 마음을 잘 다독여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왜 아이는 승부에 집착하며 이기고 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경험을 통해 이기는 게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놀이 순서 정하기에서 이겨서 먼저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거나, 놀이에서 이겨 선물을 받았다거나 친구들 앞에서 우쭐했던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졌을 때 진 것에 대해 놀림을 받았다거나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면 반드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승부에 예민해지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자기가 잘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우물쭈물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어 결국 자신감도 부족해집니다. 따라서 아이는 좋은 승부에 대한 경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잘하네. 똑똑하네."라고 아이의 능력과 결과에 대한 칭찬을 보통 하게 되는데 이는 좋은 칭찬이 아닙니다. 이런 칭찬을 받은 아이가 졌을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아이는 자기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 똑똑하지 않은 아이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과하게 이기려 하게 됩니다. 따라서 카드놀이에서 이긴 아이에게 부모가 해야 하는 칭찬은 "재밌게 하더니 이겼네. 멋져."라고 과정을 즐긴 것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다음에는 더 잘해 봐야겠어. 오늘 재밌었어."라고 진 것에 대해 속상해하기보다는 놀이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다음에 더 잘해 보겠다는 도전의지를 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졌다면 "아깝게 졌네. 속상하겠다."와 같이 감정을 먼저 잘 다독여 주어야 합니다. 이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괜찮아. 질 수도 있지."입니다. 이 말은 전혀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으니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져서 속상해하는 아이가 귀엽다고 놀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이겼네. 이긴 것보다 우리 같이 논게 더 좋아."라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이 상황에서 이런 경험이 쌓이게 될 때 아이는 부모가 보인 반응을 그대로 흡수하여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당연히 멋진 승부를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의 양육표어 - 규칙에는 정도없다 우리끼리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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