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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Nov 18. 2024

내 건 다 했어.

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3

illustrator by 햇살





 저녁 먹기 전.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슬슬 정리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햇살이와 요술이의 놀잇감 정리 시간은 저녁 먹기 전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엄마가 정리를 하자고 하자  햇살이는 자기가 논 것만 정리를 하고는 다 했다며 당당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반면 아직 어린 요술이는 노는건지 정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집은 아직도 정리가 다 안 된 상태입니다. 피곤한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햇살이가 누나의 위용을 뽐내며 요술이가 가지고 논 것도 좀 정리해 주면 좋으련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나 큽니다.


 이럴 경우 부모는 흔히 첫 아이에게 "동생 것도 좀 정리해 줘."라고 동생이 가지고 논 놀잇감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누나가 돼서 동생 거 정리도 못 해?"라고 야단을 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첫 아이는 정리를 시키는 엄마와 정리를 못하는 동생까지 모두 미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은 '아~ 누나가 정리해 주는 거구나. 난 안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워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엄마는

 

"요술아엄마랑 같이 정리하자."

 

라고 말하고 요술이가 가지고 논 놀잇감을 같이 정리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물건은 사용한 사람이 정리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놀잇감도 마찬가지랍니다. 따라서 요술이가 가지고 논 놀잇감을 햇살이가 정리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 어린 요술이가 자기 놀잇감을 정리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햇살이에게 정리를 도와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요술이가 정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리고 첫 아이에게 동생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의무를 지우지 않을 때 첫 아이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 언젠가 동생을 더욱 배려하고 도와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니 첫 아이로서의 역할을 강요하고 강조하기보다는 자신의 할 일만 잘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놀잇감을 정리할 때 정리를 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정리를 하는 시간, 때도 중요합니다. 놀이의 마무리가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리를 놀이의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놀이를 하는 중에 정리를 시키는 것이겠지요. 아이는 놀이를 할 때 인형만 가지고 놀고, 자동차만 가지고 놀고, 이렇게 한 번에 한 가지 놀잇감만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인형을 태워주기도 하고 옆에 있는 블록을 쌓아서 인형집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놀이의 세계가 커지며 다양한 놀잇감을 연합해 노는 것을 '놀이 확장'이라고 합니다. 


 놀이 확장을 잘하는 아이일수록 더 재밌게 놀 수 있고, 그만큼 자신의 인지능력도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놀이 확장의 개념을 모르면 아이의 놀이는 그저 집을 어지럽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게 되어 자꾸만 정리를 시키게 됩니다. 아이가 충분히 놀고 마무리를 할 때까지 정리는 좀 미뤄두어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놀이를 하는 중간에 놀잇감을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놀이가 완전히 바뀔 때입니다. 인형 놀이를 하던 아이가 이제 밖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싶다면 인형 놀이가 완전히 끝나고 다른 놀이가 시작될 때이므로 정리를 해도 좋습니다. 

 두 번째, 너무 놀잇감이 많아 놀이 공간이 부족할 때입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한데 너무 많은 놀잇감이 바닥에 있어 아이가 놀잇감을 밀치며 놀 때가 있습니다. 이때 놀잇감은 아이에게 장애물일 뿐입니다. 장애물이 많으니 아이가 움직일 때 불편하고 또 넘어져 다칠 수도 있으니 이럴 경우에는 정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 놀이가 놀이가 아닐 때입니다. 아이가 놀기 위해 블럭을 꺼내는 것은 괜찮지만 블럭을 의미 없이 바닥에 쏟는 것은 놀이가 아니고 저지레이고 놀잇감을 함부로 대하는 행동이지요. 이럴 경우에도 정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밌게 논만큼 정리도 잘할 수 있도록 누가, 언제, 어떻게 정리를 하는 것인지 잘 가르쳐 주세요. 잘 가르친 만큼 아이들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답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논사람이 정리하기 생각하면 당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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