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5
illustrator by 햇살
오늘은 햇살이와 요술이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잘 노는가 싶더니 이내 요술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세상에 햇살이가 요술이를 이기려고 규칙을 이렇게 저렇게 계속 바꾸었네요. 그러고는 뻔뻔하게도 아주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놀이 규칙은 바꿀 수 있는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기만 이기려는 의도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부모는 흔히 첫 아이에게 "치사하게 너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냐? 그럼 안 되지."라고 동생의 입장에서 비난의 말을 쏟아내게 됩니다. 부모는 놀이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다가도 동생이 너무 당하고만 있으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고, 첫 아이의 이런 행동이 혹시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나타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되어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물론 첫 아이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 아이도 어디까지나 어린 아이니 까요. 혹 첫 아이와 동생이 나이 터울이 많아서 첫 아이가 진짜로 다 큰 아이라고 해도 첫 아이와 동생은 동등한 자녀일 뿐입니다. 절대로 이모 같은 언니, 삼촌 같은 형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질투와 다툼이 끊이지 않고 놀이라도 하게 되면 기필코 이기겠노라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일이 언제까지나 반복되게 해서는 안되므로 엄마는
"놀이 규칙은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놀이하는 모든 사람이 동의를 할 때 바꾸는 거야.
그리고 규칙을 바꾸는 건 놀이가 끝나고 다음 놀이가 시작되기 전에만 하는 거야, "
라고 말했습니다. 놀이 규칙을 언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가르쳐서 햇살이처럼 얄밉게 굴거나 요술이처럼 억울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놀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같이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규칙을 바꾸는 것은 함께 놀이를 하는 친구가 동의를 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놀이 중간에 규칙을 계속 바꾸면 놀이 진행이 어렵기도 하고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놀이를 하는 중이 아니라 끝나고 다시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할 때에도 첫 아이를 무섭게 야단을 치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말투로 해야 첫 아이도 자존심이 상해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규칙을 바람직한 때와 방법으로 바꾼다고 해도 몇 살 더 많은 첫 아이의 이기려는 계획에 동생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이 부모가 참다가 폭발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화가 난 부모는 동생을 대신해 첫 아이와 놀이를 하며 첫 아이에게 '너도 당해봐.'라는 마음으로 처절한 패배를 안겨 주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첫 아이와 동생이 놀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요. 우리 이러지는 않기로 하겠습니다. 앞 서 말한 것 처럼 첫 아이도 동생 못지않게 어리니까요. 그리고 이런 방법은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없애 버리는 것이 되니까요.
[양육표어 - 시작 전에 동의받고 놀이규칙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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