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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ba Nov 04. 2023

<도파민네이션> 때론 고통을 똑바로 마주 봐야 한다

일상생활에 작은 부분에도 행복을 느끼길 바라며

자기 개발서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많은 자기 개발서 관련 책들이 이성적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잡혀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어떤 문제를 접근할 때 논리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나는 그런 책들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다. 다만 최근에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구던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앤드류 후버만 교수가 얘기하는 도파민이었다. 뇌과학에 입각한 자기 개발은 나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내 삶에 대해 불만이 많은 상태였지만 쉽게 고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었기 때 문에 이 도파민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서점에서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주저 없이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도파민은 어느 행동이나 물질에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서 니코틴은 도파민 생산량을 150% 높이고, 코카인은 225%를 높인다. 여기서 또 중요한 사실은 쾌락과 고통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서로 대립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담배나 마약을 하게 된다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 큰 쾌락을 느끼게 된다. 다만, 이 쾌락과 고통은 언제나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얻은 쾌락만큼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담배를 끊거나 마약을 끊게 된다면, 우리 몸은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느끼게 되고, 이를 잊기 위해서 또다시 담배와 마약을 한다. 그러면 계속 쾌락을 느끼도록 담배와 마약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쾌락을 느끼기 위해 계속 중독 대상을 필요로 하게 되면, 같은 자극에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내성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어느 행동이나 약물에 중독이 된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계속해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만 찾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경향의 결과로 수많은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행동이나 물질에 중독이 된다. 이는 비단 담배나 마약뿐만 아니라 초콜릿, 게임, 음란물도 해당이 된다. 이렇게 중독이 된 사람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는 신기하게도 오랫동안 이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행동과 물질을 참아낸다면, 다시 그 상황에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이렇게 된다면 산책하기, 노을보기 등의 단순한 일상생활 속의 단순한 보상 속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나는 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서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무기력했는가, 왜 이렇게 행복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쾌락을 경험하는 기준점이 높아졌던 것이다. 동시에 작은 고통을 견딜 수 없어한 것이다. 내가 중독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담배, 게임, 야동, 군것질 등이 있겠다. 각각마다 빈도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나의 쾌락 상태의 기준치를 높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도 노력해 봤지만 쉽사리 끊어지기는 어렵다. 이미 그것들이 주는 쾌락을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가지 중독 관리 방법을 한 번 실천해 봐야겠다.


1. 물리적 자기 구속: 중독이 될만한 행동이나 물질 자체를 나로부터 멀리하는 방식

2. 순차적 자기 구속: 시간의 기준을 잡아 일정 기간으로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

3. 범주적 자기 구속: 도파민을 여러 범주로 나누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


나는 우선 게임 아이디를 삭제함으로써 게임 중독에 대한 물리적 구속을 실행하였고, 군것질을 토요일에만 임시적으로 먹는 것으로 기준을 잡으며 순차적 자기 구속을 실행하였으며, 필요할 때가 아니면 전자기기 자체를 나에게서 멀리하고 잡생각이 들 때마다 운동을 함으로써 음란물에 대한 범주적 자기 구속을 실행하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담배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쾌락 물질들을 억제해 나갈 생각이다. 물론 이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바쁘게 살면서 도파민 소비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게 만드는 것일 테니, 이를 최종 목표로 삼고자 한다. 


도파민네이션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내가 고통이 전혀 없이 행복만 느끼려고 했다는 점이다. 니체가 한 말이 괜히 생각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해 줄 뿐이다.' 아마 니체도 도파민의 과학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부디 나도 여러 중독상태에서 벗어나 작은 일상의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자기 개발의 첫걸음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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