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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Paper Frog Mar 23. 2023

베트남에선 이게 일상이야_3

의지의 핸드메이드

‘미켈란젤로’는 말했다.

“나에게 있어 조각이란 돌 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꺼내는 작업이다.”


나는 말한다.

“선생님은, 가죽에 갇혀있는 네임태그를 꺼내서 내게 물려시더라.”



휴일에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알게 된

가죽 공예 클래스에 다녀왔다.


강의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고,

가죽 공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소일거리로 하는

그런 느낌의 강의 였다.


옆자리에서 한 분이 가죽가방을 만드는 데,

진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라서

“그거 제가 사고 싶은데 얼마죠?“


라고 물어보고 가격 들은 뒤

‘나는 직접 못 사겠군…‘ 하며

만드시는 분에 대한 존경심과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다.



어떤 물건을 만들까 고민을 하다가,

실용적이면서도, 원데이로 끝낼 수 있는 ‘네임태그’를 만들기로 했다.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되는 이 수업은

특별한 재주 없이도,

에르메스 같은 명품을 만드는 장인 행세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네임태그의 재료인 가죽, 전부 쓰는 것은 아니고 사이즈에 맞게 잘라 사용한다.

가죽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나는

가죽도 가위로 슥슥 자르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 선생님께서 내게 주시는 건

가죽 뭉티기였다.


여러 가죽 중에 만들고 싶은 가죽을 고르라고 하시는 데,

가죽을 고르는 것 부터가 수업의 시작이었다.


가죽이라는 것이 재료 자체가 비싸고,

돈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품질의 가죽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돈도 경험도 없는, 똥손 소유자인 나는

비싼 가죽 대신 저렴이 가죽으로 골라 제작을 시작했다.



가죽을 자르기 전, 재료에 대고 자를 종이를 먼저 자른다.

내가 만들 네임태그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곡선이 적은 형태였다.


설계도 역할을 하는

종이를 자르고, 그 종이를 가죽에 붙여서 그대로 따라 자른다.


선생님께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설명이랄 것도 없이, 칼로 몇번 슥슥 자르니,

원래 절단면이 있어서 쭉 찢어지는 것마냥

프린트한 모양이 예쁘게 잘렸다.


하지만, 내가 해보니, 쉬운게 아니었다…

철자를 고정시키고 자르는 행동은

생각 이상으로 손목 힘이 많이 들어갔고


다 자를 때 쯔음에는 손이 떨렸다는 건 조금 오버고,

조금 아픈 느낌은 들었다.



자르고 난 직후의 모습(아직 사포질이 되어 있지 않아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다)

너무나도 당연하긴 하지만,

종이를 자를 때와 가죽을 자를 때의 느낌은 굉장히 달랐다.


힘을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도,

실제로는 절반정도만 칼날이 들어가,

몇 번이고 다시 힘을 줘야했다.


자르고 난 직후는 실밥? 가죽밥? 같은게 많이 묻어나왔다.

선생님께서 잘랐을 때는 정말 싹 잘린다고나 할까

깔끔히 잘린 모습을 보며,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군”

과 함께

“역시 나는 만드는 걸 업으로 하면 안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할 때 혀는 어떻게 가만히 두지를 못하니…

이거 말하면 너무 옛날 사람 같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씨가 유행시킨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이 레퍼런스는 진짜 맞는 표현이다.


진짜 바늘을 한땀 한땀 구멍에 넣다보면,

어떤 존경심 같은게 마구 솟아오른다.


장인들은 진짜 하루죙일 이것만 하는건가…

괜히 장인이 아니다.



초반에는 잘하다가 중간쯤 가서 삐뚜루 빼뚜루 되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물건이 거의 완성되어가자 성취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거의 떠먹여주다 싶이 하는 수업이긴 해도,

만든 주체는 ‘나’라는 자부심 ㅎㅎ



꼬리표를 달고 완성

장장 6시간에 걸친 네임태그 제작은 끝났다.

수업료는 재료비 포함하여 500,000동!

한국 돈으로 약 25,000원!


물가가 다르니 직접 비교는 못하겠지만,

꽤나 착한 가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6시간 내내 케어해주시는 것은 아니지만,

잘 못하고 버벅일 때마다, 친절히 알려주시고 시범을 보여주시며,

선생님께서 가죽에 갇혀있던 네임태그를 꺼내서 거의 먹여주심에 감사했다.


instagram : @JIAN_PAPER_FROG

https://instagram.com/jian_paper_frog?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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