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흑자 전환했더니, 1년 만에 다시 적자가 된 이유가 뭐지
2년 전, 패션 버티컬 앱을 한 번 들여다본 적이 있다.
작년에는 다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작년 초에는 많이 바쁘기도 했었고, 다들 어려운 시기였어서 관심이 없었기는 했다.
올해는 에이블리가 거래액도 엄청 늘어나고, 흑자도 냈다는 기사가 나서 진짜 잘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에이블리만 들여다봤다.
들여다 보기 앞서서 기사를 한 번 검색했는데, 2년 연속 흑자 기조라고 언급한 기사(데일리안 2025년 4월 17일)가 있어서, 2024년에 흑자가 난 것처럼 보였고, 2025년 1분기 흑자라고 해서, 뭔가 흑자가 나고 있다고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손익계산서부터 살펴봤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정리해 봤다.
2022년 영업손실 744억, 2023년의 영업이익 32억, 2024년 영업손실 154억 원으로 2023년에 흑자 전환했던 것이 무색하게 적자 전환되어 있었다.
그런데 매출을 보면 2023년 2,595억에서 2024년 3,343억 원으로 28.8%나 증가되었다. 매출이 748억 원이나 늘었는데, 적자 전환을 했다는 것이 좀 의아했다. 매출을 일단 좀 더 상세히 들여다봤다.
특징적인 것은 서비스매출(플랫폼 수수료 매출)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서비스매출에는 매출원가가 없기 때문에 매출총이익 역시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2024년 역시 서비스매출이 42%나 증가해서 상품매출이 15% 늘어난 것에 비해 큰 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품매출원가율은 2024년 59%로 2023년 60.5% 대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매출총이익도 매출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35.8%나 늘었다.
그렇다면 에이블리가 적자 전환된 원인은 매출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비용을 살펴봤다.
2024년 기준으로 금액이 큰 비용 기준으로 내림차순 정렬해 봤다. 그리고 급여, 복리후생, 퇴직급여는 인건비 관련 항목이라 하나로 묶어서 봤다.
지급수수료가 1등이었다. 2022년, 2023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2024년의 금액이 추세보다 좀 많이 크다.
다만, 해당 지급수수료가 어떤 성격이고, 무슨 항목이 들어있는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위의 비용 세부 항목의 증감을 살펴봐도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의 증가 폭이 매출의 증가 폭을 상회한다.
매출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광고를 늘리면서 생겼을 증가로 보인다. 다만, 기사를 보면 에이블리는 분기, 월 별 손익까지 챙기는 것 같았는데, 조금만 더 면밀하게 비용 관리를 했더라면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말처럼 아끼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차대조표 중 자산 쪽은 대부분 유동자산이고,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이 대부분(74.4%)이어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미수금이 12.6%의 비중으로 있는데(155억 원), 대손충당금은 없는 것으로 보아, 못 받을 돈은 아닌 듯하다. 부채 쪽 역시, 유동부채가 96%이고, 그중 매입채무, 미지급금, 예수금의 합이 87%여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고, 유동부채는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라서, 회사의 유동성 위험을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X100)로 보는데, 스타트업이 이런 비율이 좋기 어려우니 그러려니 해야 될 것 같다.
유동비율은 1년 내 도래하는 부채를 갚을 유동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가 인데, 100%면 딱 맞게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면 된다. 2024년 말 67.6%으로 100%에 상당히 미달하지만, 2022년 말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돈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기도 하니, 연말 사업보고서로 유동성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마침 에이블리의 투자유치 소식까지 있었으니까 말이다.
혁신의숲(https://www.innoforest.co.kr/)에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투자유치 내역을 보면 2023년과 2024년은 투자받은 돈으로 유동성 위험은 막아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알리바바그룹이 투자했다고 하는 1,000억 원 중에 실제로 에이블리가 사용 가능한 현금은 200억 수준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부분은 2025년 말 사업보고서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을 받은 것에 대한 우려도 있어 보이는데, 우리 애들이 다 에이블리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에이블리의 성장은 당분간은 계속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비용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서 흑자 전환하고,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