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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Mar 12. 2024

마지막으로 하기 싫은 일을 시도한 적이 언제인가?

내가 이우학교에서 백두종주 동호회를 참여한 이유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쯤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단다.'

이번 산행 후에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언제 마지막으로 시도했었나'라고 나에게 반문했다.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나는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가?'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과 산에 갔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그냥 혼자 내려왔고, 또 한 번은 나만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도 할 정도로 산을 싫어한다.

특히, 등산이 주는 고행적인 시간을 통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상을 정복하는 정복욕도 없다. 신선한 공기, 예쁜 꽃, 훌륭한 전망 등의 이유도 나를 산에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첫째가 이우 중학교에 들어가고, 학부모 활동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 학부모 활동의 정점에는 이우백두라는 등산 동호회와, EDL이라는 축구 동호회가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등산과 내가 잘 못하는 축구가 큰 축이라는 데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등산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3월 1일 예비산행으로 학교 뒷산을 다녀왔는데, 첫째 아이도 예비 산행만 하겠다고 했고 해서, 나도 그 정도만 하려고 생각했다.


헌데 예비산행을 하는 중에 아내가 총무를 맡게 되었고, 3월 9일 1차 산행을 가겠다고 했다. 첫째 아이는 안 가겠다고 해서 나와 아내 둘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내는 몇몇 등산 용품을 구매했다.

아내는 체력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 보니, 산행을 준비하는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산행의 제1 목적은 아내 보호였다. 그리고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백두대간을 오르게 되는데, 아이가 가고 싶어 할 때, 같이 가기 위한 준비 운동이 제2 목적이었다.


산행 출발은 당일 새벽 2시 반이었다.

밤 10~11시에 잠을 청했고, 1시 반정도 일어나서 버스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100여 명이 이 일정에 동행하고 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로 3시간 반정도 이동해서 지리산 자락에 내려서 아침 7시 즈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초입에서 첫 산행을 기념하며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는 내 형이상학적인 포즈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초심자의 산행 치고는 15킬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산행인지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아내는 중도 포기까지 생각했던 일정이었다.

아내는 선두에서 가면 뒷사람들이 쫓아오는 데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싫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후미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후미 고정 멤버가 되었고, 우리 부부 둘이 등산을 온 느낌으로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물론 아내는 상당히 힘들어해서, 쉬엄쉬엄 갔고, 선두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완주를 했다.



이번 완주를 통해서 등산이 좋아졌다거나 하는 극적인 전개는 없었다. 다만, 내가 싫어하는 일을 시도해 본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40대 중반으로 낯설고 싫어하는 것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위주로 생활하게 되는데, 이번 등산이 나의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등산이라는 고행을 부부가 함께하면서 우리 사이가 조금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는 부분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


아내는 2주 후에 산행에도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고, 첫째 아이도 동행하려고 하니, 다음 산행은 우리 가족에게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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