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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Mar 24. 2024

선두는 흥겹게, 후미는 차분히 서로를 힘나게 한다

백두대간 5구간 산행의 기록

2번째 산행은 아이와 함께 했다. 산행을 마치고 아이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했더니, 다른 곳은 다 괜찮고 '목'이 아프다고 한다.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며 다녀서 '목'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ㅎㅎㅎ


아이는 워낙 체력이 좋은 지라 걱정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선두 대열에서 흥겹게 산행을 마쳤다. 정상에 올랐을 때도 신나서 전화로 정상에 오른 소식을 전했고, 산행을 마쳤을 때도 사이다와 초코파이가 맛있다며 전화를 해왔다.


나는 아내를 지키느라 후미에서 주로 산행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산행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를 보지 못했다.



1차 산행(4구간), 2차 산행(5구간)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이번이 더 쉬웠다. 2주 전 1차 산행은 최고 879미터 고도였고, 이번 2차 산행은 최고 798미터의 고도를 올랐기 때문이다. 아래 표를 봐도 2주 전이 훨씬 더 고도 차이가 날카로웠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내는 근력 측면에서는 훌륭하지 않은 편이라서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대체로 후미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가방을 잘못 싸서, 점심을 모두 내 가방에 챙겨놨다. 점심시간에 아이에게 점심을 전달해 주기 위해서 선두 그룹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갔었다.


1차 산행에서는 아이가 함께 하지 않았기에 아내를 지키며 후미에서만 가서, 선두가 어떤 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아이에게 점심을 전달하기 위해 선두까지 가볼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의 경험을 통해 선두와 후미의 다름을 느껴볼 수 있었다.



선두는 굉장히 흥겹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 에너지가 모두를 더 힘낼 수 있게 해 주었다.

반면, 후미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다. 대체로 지쳐 쓰러져 가는 사람들의 힘을 북돋우기 위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산행을 마치고 들어보니, 아이는 산행 중간에 울고 싶을 만큼 힘들기도 했다고 하는데, 선두 그룹이건, 후미 그룹이건 힘든 것은 매한가지인 듯했다.

후미도 뒤쳐지긴 하지만, 완주해서 얻게 되는 뿌듯함과 성취감의 크기는 선두 그룹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만의 산행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얻는가는 오롯이 본인들의 몫이리라.


 

나도 2번의 산행을 했지만, 아직 왜 백두대간을 올라야 하는지, 답을 구하지 못했다. 아직은 '언제든 아이가 가고 싶을 때, 동행해 주기 위한 준비', '내 건강을 위한 운동' 목적으로 임하고 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Relive 앱에 운동 기록을 남기는 기록 욕구가 작은 동기부여가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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