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행까지도 왜 올라야 하는지 나 스스로의 목적을 찾지 못했다. 세 번째 산행을 앞두고 나는 더 이상 목적을 찾지 않기로 했다.
산행하기 전, 친한 후배로부터 '등산은 운동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운동하고 가는 곳이다.'라는 말을 듣고, 두 번째 산행 이후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안 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이우백두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아침에도 좀 더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조금 더 길게 사용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좋았다. 이거면 됐다. 이거면 이우백두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다 준 것이다.
그래서 이우백두 산행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우백두는 등산이 아니고, 운동이다.
나는 등산을 싫어하다 보니, 이우백두의 산행이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고 나니 이우백두는 운동을 하는 것이 되었고, 그 운동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운동은 10시간을 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니, 이 산행의 목적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 정상에 도착하냐?', '이 오르막은 언제 끝나냐?', '내리막이다가 왜 또 오르막이냐?'라는 질문을 나는 하지 않는다. 대신 오후 6시가 되면 끝난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길이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후 6시까지 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니, 체력 안배를 하게 된다. 6시까지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쉬고, 걷기를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