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산을 인생 살면서 지금까지 싫어했고, 축구는 내가 잘 못해서 즐기지 않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학부모 활동이 쉽지 않겠는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이 두 가지를 하고 있다.
그중에 이우백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우백두 20기이니, 근 20년간 등산이라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우학교 학부모들은 왜 백두대간 종주를 선택했을까?
여덟 번째 산행을 마치고, 여전히 산행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백두대간을 왜 걷는지 알 것도 같게 되었다. 1~2차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 참여했고, 3차부터는 운동 목적으로 참여했고, 지금은 백두대간 완주는 해봐야지 라는 마음까지 생겼다.
체험해 봐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4개월 전만 해도 등산을 극혐 하는 인간이었던 내가, 백두대간 완주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신기하다.
어떤 일들은 체험해 봐야만 배우는 것이 있는데, 백두대간 길을 걷는 것도 그중에 하나지 않을까 싶다.
3~4차 산행부터는 가족들과 거의 같이 다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참 오랜만에 독립된 개체로서 무엇인가에 도전을 해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집안에서 나름 독립적으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면서 살았고, 아주 도전적인 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백두대간을 걷는 것은 자기 자신 의지에 달렸다.
입산을 하면 그날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내 의지로만 걸어야 한다.
누군가가 옆에서 대신 걸어줄 수 없다.
평상시에는 아이들은 종종 힘들면 차로 데려다 달래기도 하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텐데, 산에서는 그날의 목적지까지 걷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부모가 짐을 대신 가져가줄 수는 있겠지만, 목적지까지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한다. '오지 말걸', '빨리 목적지에 주차된 버스가 보고 싶다', '언제 도착하는 거지' 등등 원초적이지만, 생각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에 의문을 같고 시험하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이 본인의 의지로만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일은 평소에는 흔히 하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부모가 앞장서서 대간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8차 산행에서는 처음으로 우중 산행을 했다. 고치령부터 늦은목이까지는 원래도 수풀 속을 산행해서 주변 풍경이 잘 안 보였는데, 비까지 내려서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더욱 원초적으로 나만 보고, 나만 신경 쓰면서 걸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산행에는 안 아프던 오른쪽 무릎이 시작부터 종종 찌릿했는데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잘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들이 하루에 상당히 장거리 산행을 하게 되면서 이곳저곳 아픈 것 같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
아이들도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을 8시간 이상 하게 되면 여기저기 아파서 신경 쓰이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몸을 살피고, 신경 쓰면서 걸어야 한다. 평소에는 아프면 아빠, 엄마에게 얘기해서 병원을 가곤 한다. 그렇지만 산행 중에는 그럴 수 없다. 발목이 아프면, 신발을 고쳐 신거나 스틱에 의지해서 발목에 무리가 덜 가게 하거나 해야 한다. 스스로 자기 몸을 살피는 것도 어쩌면 평소에 자주 하지 않는 경험일 것이다.
백두대간 산행과 비슷한 경험은 군입대가 아닐까 싶다.
오롯이 나 자신만 던져진 곳에서 지지고 복고 살아야 한다. 하루 산행이라는 8~10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의지로 걷고, 내 신경세포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
어린 시절 군대 다녀와서 철이 든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조금은 어린 나이에 철들 경험을 해보고 있는 것 같다.
이우중학교 1학년을 지내면서 관계에 대해서 배우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아이들이, 백두대간에서도 본인들 인생의 처음 해보는 경험을 하느라 더욱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우학교의 학부모도 힘들지만, 학생들도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가는 길을 잘 걸어가 주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혼란스러운 시간이겠지만, 훌륭하게 잘하고 있다고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