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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Sep 15. 2022

즐거움과 모험의 나라

롯데월드 어드벤처

97년도 롯데그룹 신입 공채에 합격한 후 연수원에서 2주간 합숙교육을 수료했다.  

신입 연수생은 군대 신병 훈련병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대 훈련소 교관들은 훈련병의 '사회 물'(민간인 행동)을 빼고 군인으로 탈바꿈시키고자 극한 훈련을 시킨다. 인사팀 직원들도 대학생 티를 벗기고 직장인 소양을 장착시키려고 빡빡한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연수 막바지가 되면 느슨하게 풀어준다. 마지막에 견학 프로그램이 있었다. 양평동 롯데제과 공장을 견학했다. 과자가 생산되는 컨베이어 벨트를 난 생 처음 보았다. 갓 만들어져서 따근따근한 초코칩 쿠키를 먹었다. 슈퍼 진열대에서 사 먹었던 초코칩 쿠키랑 달랐다. 마치 길거리에서 갓 구운 붕어빵을 먹는 것 같았다. 유통기한이 보통 1년쯤 되는 과자들을 슈퍼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서 먹을 때는 몰랐다. 초코칩도 공장에서 막 만들어져서 포장을 끝마친 시점에는 온기가 있었다.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서른이 다 돼서야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수원 수료 전 마지막 날, 롯데월드 어드벤처 견학 프로그램이 하이라이트였다. 20대 중후반 우리들에게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가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소풍 가기 전날 설레는 어린이 마음과 비슷했다. 게다가 평일이어서 마음껏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마음에 한껏 설렜다. 어린아이가 된 거 마냥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날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연수를 마치고 잠실 백화점에 배치를 받자 롯데월드 단지는 나에게 직장이 되었다.

직장은 노동을 하러 가는 곳이다.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언제나 즐거워 보였다. 백화점에 오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물건을 구매하러 왔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오는 사람들은 신나게 놀려고 온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말이다. 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에서 이처럼 큰 실내 테마파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일본에서 껌으로 부를 일군 故신격호 회장은 고국땅에 커다란 실내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기업가는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투자를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대도시 서울에 제대로 된 테마파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83년도에 만들어진 도쿄 디즈니랜드의 성공을 보고 영감을 얻었을 터이다. 일본 도쿄를 여행 가면 한 번쯤은 들르는 관광코스가 도쿄 디즈니랜드이다. 오사카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새롭게 관광명소가 되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두 대도시를 관광할 때 빠지지 않는 핵심 관광 시설이 되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나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즐거움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준 공간이 되었다.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 된 잠실 4거리 한복판에 아파트 숲이 아니라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럽고 고맙다. 재벌기업이 돈 벌려고 만든 것인데 뭐가 고맙냐고, 공짜도 아니고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데 뭐가 고맙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고맙다. 나의 젊은 시절 추억을 만들어 준 것이 고맙다. 30여 년 동안 서울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동심의 세계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집객을 자제했던 코로나 시대에도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지 않고 든든하게 버텨준 것에 감사하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에는 '민속관'이 있다. 민속관 입구에는 수필가이신 故피천득 선생의 기념관이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피천득 선생의 ‘인연’이라는 수필은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었다. 나에게는 중고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많은 글 중에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글이다. ‘아사코’와의 세 번의 만남을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적은 글이었다. 아름다운 글은 힘이 있다. 읽은 사람의 기억에 평생 간직된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피천득 선생이 쓴 ‘수필’이라는 글의 첫머리이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이 은유는 평생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힘 있는 문장이다.  


아름다운 수필을 쓰신  피천득 선생과 롯데월드가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험과 신비의 나라' 한 귀퉁이에  아름다운 수필을 쓰신 분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은 우리가 모르는 깊은 '인연'이겠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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