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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Sep 27. 2022

Royal Copenhagen

그들이 발음하는 대로

미국 제40대 대통령 Ronald Reagan은 미국인이 역대 대통령중 가장 사랑했던 한 명이다.

1980년 그가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한국 언론은 새 대통령 당선자를

로널드 리건’이라고 표기하고 발음하였다. 얼마 지나서 한국 언론사들은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이름을 레이건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면서 ‘로널드 레이건’이라 바꿔 부르기 시작하였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리건이 레이건으로 바뀐 것이 대통령 당선자(The President elect)가 특별히 요청해서 바뀐 줄 알았다. 개명하듯이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70세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을 미국 사람들은 아무도 리건이라 부르지 않았으리라. 할리우드 배우 출신에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유명 정치인을 미국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 터이다.

원래부터 발음은 레이건이었다. 멀리 한국에서만 '리건'이라 표기하고 발음하다가 미국인들이 레이건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뒤늦게 알고 나서야 레이건이라 부른 것이라 추정한다. 한국 언론들이 확인하지 않은 채 사용했을 뿐이리라.


이해한다. 그 시대엔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었다. 심지어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HYUNDAI의 발음은 '현대'가 맞는가 '현다이'가 맞는가? 한국사람이면 거의 모두 현대라고 발음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아직도 현다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다. 일부 외국인들이 현다이라고 잘 못 발음한다고 해서 우리마저 현대를 현다이로 발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인이 먹는 김치를 일본인이 기무치라고 발음한다고 우리마저 기무치라고 발음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계 3대 명품 도자기 브랜드를 꼽자면, 영국의 웨지우드, 독일의 마이센 그리고 덴마크의 Royal Copenhagen을 가리킨다. 그중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의 이름을 딴 브랜드 로열 코펜하겐은 왕실 납품 도자기 브랜드로  1775년 창립이래 250년 동안 독창적인 디자인과 품질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웨지우드 영국 본사 매니저와 미팅을 하다가 그가 웨지우드의 경쟁 브랜드인 로열 코펜하겐을 ‘로이열 코펜 헤이근’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의심 없이 로열 코펜하겐이라고 생각했던 브랜드가 영국인들에게는 로이 열 코펜 헤이근,이었다.


일본인은 Mcdonald를 ‘마구도 나르도’라고 표기하고 발음한다. 그리고 줄여서 ‘마구도’라고 한다. 이쯤 되면 새로운 브랜드명이다.

 

문자가 소리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문자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발음하는 것이 어렵다면 어쩔 수 없으리라. 받침이 없는 일본 가나 문자는 맥도널드를 ‘마구도 나르도’로 밖에 표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한글은 원래 발음 소리와 최대한 가깝게 표기할 수 있다.

사람 이름, 지명, 브랜드명 등 고유명사는 그 나라 실제 발음과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고 발음해 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덴마크의 수도가 어디 냐고 질문한다면,

‘코펜 헤이근’이라고 대답해야겠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수도가 ‘쌔울’이 아니고 서울이라고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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