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는 요즈음
질문: BTS의 팬클럽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시나요?
정답: ARMY.
이 정도 알면 아재로 분류되지는 않겠지. (헛된 망상인가 ㅎㅎ).
어찌 됐든 나도 자칭 ARMY다. 뭐 콘서트를 보러 간다거나, BTS굿즈를 산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지니만, 유튜브에서 BTS공연은 빠지지 않고 즐겨 본다.
2017년 AMA (American Music Awards)로 미국에 데뷔한 BTS의 DNA 공연은 수십 번은 족히 본 것 같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멋있다
또 다른 질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을 일컫는 말은 무엇일까요?
정답: 하루키스트.
나는 하루키스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삶과 사상을 보고 듣노라면 참 닮고 싶어 진다.
인생의 롤 모델이라고나 할까.
그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전업작가가 되기 전에 7년간 재즈바를 운영했다
1978년 봄. 메이지진구 구장. 자신이 응원하는 요구르트 스왈로스의 개막 경기를 보다가 선발타자 데이브 힐턴이 날린 2루타의 공의 궤적을 보면서 나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소설 같다. 이후로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그의 팬, 하루키스트가 확산되었다. 작가를 넘어서 행동하는 양심인으로서 그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노벨 문학상을 발표했다. 일본 방송국들은 올해는 과연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할 수 있을 것인가? 라며 발표 카운트다운 방송을 내보내며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을 전했으나, 올해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쉽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노벨문학상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1년 스페인 카탈로니아 자치 정부가 세계 문화, 과학분야에 기여한 인물에게 증정하는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했다.
2011년 6월, 하루키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카탈로니아 국제상 수상 연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수상 연설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일본은 역사상 유일하게 핵폭탄을 맞은 경험을 가진 국민입니다. 1945년 8월에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으로 20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희생자 위령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다시는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일본은 피해자인 동시에 전쟁을 통해 원폭에 이르게 한 가해자입니다
그런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2만 4천 명이 사망했거나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세 개의 원자로가 멜트 다운이 되어 오염수가 누출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지역에 사는 약 10만 명이 고향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오염수가 흘러나와 주변 국가에 심대하게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입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108개의 활화산이 있으며, 지질 전문가들은 향후 20~30년 사이에 도쿄 부근에 진도 8의 강진이 올 확률이 높다고 할 정도로 지진이 많은 지역입니다.
원폭에 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국민이며, 지진과 화산 등 자연재해가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일본이 어느 사이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원자로가 많은 국가가 되었으며, 일본 전력량의 30%를 원자력 발전이 차지할 정도로 원전에 의존하게 된 것은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효율성’의 추구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효율이 좋은 전력시스템이라고 전력회사는 주장합니다. 일본 정부는 오일쇼크 이후 원유 공급의 안정성에 의문을 가지고 원자력 발전을 국책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전력회사는 엄청난 돈을 광고비로 집행하며,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다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왔습니다.
원자력발전에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아 그러면 전기가 없어도 좋다는 말이냐" "너는 여름에 에어컨 못 쓰게 돼도 좋겠네"라는 협박이 쏟아집니다. 그런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몽상가'라는 꼬리표를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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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경제발전 도정에서 '효율'이라고 하는 안일한 기준에 휩싸여서 일본은 중요한 근간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은 핵에 대해서는 NO를 단호히 외쳐야 합니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유효한 대체 에너지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
하루키는 상금으로 받은 약 1억 2천만 원을 지진과 원전 피해자에게 기부했다.
하루키가 일본과 전 세계를 향해 던진 저 외침은 일본에만 해당되고 한국은 해당이 안 되는 것일까?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뤘다. 어느 사회보다 '효율성'을 절대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전은 환경친화적이며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국민을 오도하며 원자력발전을 유지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11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르셀로나에서 일본인과 일본 정부를 향해 외쳤던 처절한 반성의 말들이 2022년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전해주는 메시지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