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마도 내가 부모님과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을 여행하고 난 뒤였을 것이다. 나는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책방 골목에서 카메라를 목에 건 채로 넘어졌는데 수능을 마치고 잠시 배운 유도 낙법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은 ‘얘 아직도 이러네.’라며 웃었다.
친구들은 조만간에 누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돌리고 또 좀 있으면 누구는 한 아이의 엄마로 또 누구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겠지라며, 서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멱살 잡기 좋은 말들이었지만, 그 언젠가 이 말들이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는 날짜변경선처럼 그어진 하루가 있을 것이고 그날을 지나고 나면 예언처럼 이 모든 농담이 현실이 된 하루를 우리는 보내고 있을 것이다.
신경질적으로 햇빛의 손길을 걷어내며 출근할 준비를 하고 문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보면서 참 맑다 생각하고,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다며 담벼락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눌러줄 것이다.
멀리서 보내는 섬들의 신호처럼, 여기 아직 살아있다고, 손짓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