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갚을 거야
우연히 아빠의 이름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에 아빠의 트위터 계정이 떴다
십여 년 전쯤 활동을 멈춘 계정이었지만 게시물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곳엔 아빠의 활동기록이 남아있었다
악덕 기업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 사진
노동법 강의를 듣는 사진
화질도 구도도 모두 엉망이었다
번화가에서 음악회를 연적도 있었나 보다.
등산복 위에 조합 조끼를 걸친 꾀죄죄한 아저씨들 대여섯 명이 부스 주위에 어수선하게 서있다
부스 앞에 간이 의자를 놓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는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
아빠는 부스 옆으로 살짝 빠져 나와 짝다리를 짚고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모른척하는 모습을 모른 척하고 서있다
한 번뿐인 소중한 청춘을 평등 사회와 인간 해방을 위해 다 태워버렸지만
남아있는 팔로워는 겨우 200여 명에 불과했다
인간을 향한 혁명의 구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데이터 속에 더 깊게 새겨져 있었다
미련한 아빠,
불쌍한 아빠.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데,
오히려 조롱만 듣는데,
왜 그렇게 애써 불행했던 거야
성현이 아저씨처럼, 봉식이 아저씨처럼 아빠도 그냥 입 꾹 닫고 편하게 돈 벌고 살 수 있었잖아
친구가 다치고 죽어도, 내 한 끼가 더 중요한 게 인간이란 말야
동지를 배신하고 벼랑 끝으로 밀어 넣어도 내 밥그릇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면 해결된단 말야
최소한 지금처럼 돈에 쪼들려서 가족끼리 목소리 높일 일은 없었을 거잖아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를 꽉 물었다
내가 다 갚을 거야
우리 집 빚부터 마음의 병까지 다 갚아낼 거야
적어도 내 자식에게는 엄마 아빠가 영웅 같은 삶을 살아냈다는 걸 분명히 전할 거야
타임머신이 발명되면 꼭 엄마 아빠를 태우고 말 거야
이 썩은 사회를 만나기 전 소년 소녀의 모습을 한 엄마 아빠가 뛰노는 모습을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 싶어
어수선하게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아니라 관심에 찬 사랑의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