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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re Aug 03. 2024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의 홉스골

몽골 북부 서늘한 8월

홉스골에 들어와서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시간들이다.

걷거나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거나 벤치에 드러누워있거나 ᆢ

게르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 밤 잠자러 들어갈 때 외에는 밖에서 맴돌게 된다.

도시의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곳에서 있고 싶다 하던 바램이 이루어졌다.

야크 무리가 있는 곳을 지나 뒷산을 오르고, 보트로 호수를 건너가 작은 섬을 본 것 외에는 그냥 이 홉스골 호숫가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낸다.

갖가지 물새들의 소리가 공기 중에 퍼지고, 바람에 잔 꽃들이 흔들린다.

유심도 없고 로밍도 안 해서 너무 고요한 시간들.


아침에 눈을 뜨면  게르 옆에 야크가 풀을 뜯고 있다.

야크 소리는 진짜 멋지다. 그렇게 낮은 저음의 소리를 낼지 몰랐다. 몽골 민속 음악을 들었는데 굉장히 낮은 베이스의 독특한 소리로 하는 전통노래가 있었다. 

나중 듣고 보니 그것이 야크소리였구나 싶다.

그들의 평생 동반자인 야크음악 속에 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야크 소리의 신령스러움이 그들 음악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야크와 말과 낙타등 모두의 영혼이 한데 어우러져 이 드넓은 몽골의 영혼을 채우는 것 같다.


한 밤중에 밖에 나와 게르벽에 기대앉아 밤하늘을 보니 유성이 떨어진다. 밤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고흐그림의 별들처럼 모든 별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것 같이 보인다.

확실히 움직이는 별도 있다. 비행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천천히 나아간다.

저 별 속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들을 까마득히 낮은 곳 어디에선가 별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까.

곧 나도 별처럼 높이 떠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수백만 년 전 출발한 빛을 어젯밤 내가 보았듯이

이 광활하고 무수한 시공간의 한 찰나를 흘러갈 것이다.

이 작고도 작은 존재.

이 무수히 많고도 많은 존재.

그냥 펼쳐져 있기만 한 시간의 초원 속을

유성처럼 스쳐 지나가는 존재.

나.


여름의 몽골.

홉스골 일출. 8월이지만 패딩을 입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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