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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Oct 24. 2024

걷기

  몸에서 나타나는 각종 신호가 건강의 문제를 알려준다. 특별히 바쁘지도 않은데 몸은 피곤하고, 그래서 운동도 안 가고, 기분은 더 가라앉고. 나는 지금 하향 곡선이다.     



  차가워진 날씨에 낙엽이 쌓이고 그 위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바쁜데 나 혼자 여유로울 때 오는 쾌감. 잠깐 외출이라도 내고 한적한 길을 걷고 싶었다. 길을 걸으며 생각도 정리하고, 하늘이 예쁠 때니까 목운동도 할 겸 하늘도 쳐다보고, 그러면 기분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걷기는 운동으로 치지 않는다지만 정신 건강에 걷기만 한 게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산적했을 때, 오랫동안 내 정신이 건강해야 하므로 걷고 또 걸어서 정신을 지켜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장기전.     



  한때 인생이 더럽게 안 풀릴 때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워 억지로 눈을 감고 있던 슬픈 시절. 오래전 일이지만 그 장소, 분위기, 느낌 등이 생생하다. 할 일이 없어서 하염없이 걷고 걸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였다. 밤에 불 켜진 아파트를 보며 따뜻하게 티비를 보고 있을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차피 인생은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어.      


  그래도 이 생각만큼은 변함없었다. 어린 시절 날 괴롭히던 고민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처럼, 나중에 지금을 떠올리며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 무기력할 때, 초심을 잃었을 때, 한숨 쉬며 걷던 그 길을 찾곤 한다. 한숨을 어찌나 많이 쉬었던지 아직도 한숨이 어딘가에 묻어있는 것만 같다. 그때의 고민들은 해결이 되었지만 지금은 지금의 고민이 함께한다. 고민은 달라도 마음만은 변치 않길, 고민을 해결하고 훗날 다시 웃을 수 있길. 오늘의 할 일은 하늘을 보며 잠깐이라도 걷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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