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언제 끝났나 싶은데 벌써 기말고사 회의를 했다. 문제 개수, 출제 범위, 제출 기한 등을 정했다. 그러다 문득 수업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두 명은 모둠 수업을 하는데 다른 두 분은 그게 궁금하셨는지 물어보셨다. 그분들은 모둠 수업을 할 엄두가 안 난다고 하셨다.
나는 신규 발령지에서 수업에 진심인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특히 모둠 수업에 열심이셨는데 그분들을 따라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모둠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함께 근무하던 다른 선생님은 자신은 그런 걸 알려주신 분이 없어서 모둠수업을 할 줄 모른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수도 듣고 노력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제는 십분 백분 이해가 간다. 틀이 굳어지면 그 틀을 깨는 게 쉽지 않다. 강의식 수업을 하던 사람이 모둠수업을 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좋은 선배 교사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교에서 모둠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은 표정이 항상 sunny하시다. 즐겁고 유쾌하고 적극적이신 분이라 참 좋다. 수업에 얼마나 진심이신지 3학년 수업도 모둠으로 이끌어 가신다. 전에 그 비결을 물어 보았는데 해맑은 소녀처럼 수업 철학,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얻었다.
본업에 충실하고자 다짐했더니 이 분이 떠올랐다. 모둠수업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한 명이라도 덜 자게 만들자.’
‘수업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게 하자.’
‘내 말을 줄이고 아이들이 말하게 하자.’
시작을 이끌어 주신 선배 교사가 있었고 이제는 옆에서 보고 배울 동료 교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인생의 롤모델이 있으면 참 좋은데 완벽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닮고 싶은 사람을 찾지 말고 닮고 싶은 점을 찾으면 어떨까? 롤모델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이 선생님의 밝은 에너지와 수업에 대한 열정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