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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박 Jan 11. 2019

두근두근 첫 만남

첫 번째 이야기

  겨울이 막 시작되던 11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난 몹시 피곤했고 지친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날씨는 쌀쌀하고 일몰시간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할 때라  내 발걸음도 빠르게 걷고 있었다.  막 아파트 필로티로 진입하는데 작고 시커먼 물체가 조명을 받으며 앉아 있었다. 처음엔 시커먼 봉지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그 물체는 움찔움찔 움직이기 시작했고 자세히 보니... 고양이들이었다.     


  아파트에 가끔 길고양이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긴 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이었다.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피해 어두운 곳에 숨어 다니던데 얘들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린 듯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었는데 사람에 대한 경계는 그다지 없어 보여 살금살금 다가갔다.     


  꼬리로 엉덩이를 동그랗게 말고서 고개만 뒤로 돌린 채 나와 눈이 마주친 검둥이.       


  '뭘 보냐?'라고 하듯 날 쳐다봤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 속에 움직이는 물체가 몇 덩어리 더 보였는데 형제인 듯했다.  가까이 가니 크게 경계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가오진 않았다.      


  그 길로 집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 멸치를 꺼내 들었다. 고양이에게 먹여도 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멸치는 괜찮다 싶었다. 냉동실에 오랫동안 들어있던 멸치라 너무 딱딱해서 고양이들이 먹기 어려울까 싶어 같아 한번 삶기로 했다. 은색 냄비를 꺼내고 물을 받아 가스불에 올렸다.      


나_“ 고양이가 잘 먹을까? 고양이한테 멸치 삶아 줘도 되나? 애들이 도망가지 않을까?”

Lee_ “멸치도 생선이니 먹겠지. 근데 너 기분 좋아 보인다?”


  내가 기분이 좋아 보이나? 하긴 저녁밥 준비하는 것도 몹시 귀찮아하는 내가 비린 멸치를 삶고 있는 게 전혀 귀찮지 않다. 아니 즐겁다. 왜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대상에게 해주는 거라 그런 거 같다. 아. 그렇다고 내가 함께 살고 있는 Lee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이건 좀 다른 문제다. 길고양이는 추운 겨울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기가 힘드니까 내가 좀 도와주는 거라 생각하니 즐겁다. 


  멸치가 부글부글 한번 끓어오르자 불을 껐다. 어디선가 고양이는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다고 본거 같아 한 김 식히려고 도마에 멸치를 펼쳤다. 비린내가 집에 확 퍼진다. 부엌 창문을 열었다. 비린내보다 빨리 멸치가 식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고양이를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

  적당히 멸치가 식은 거 같아 납작한 스티로폼에 담아서 손에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낮에 본 벤치 쪽으로 다가가니 어둠 속에 시커먼 솜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형광등 불빛이 벤치까지 미치지 않아 고양이들의 정확한 생김새를 확인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멸치를 벤치 아래 내려놓고 한 발짝 떨어져서 아이들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총 4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이 경계를 하며 멸치 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하고 겁이 없는 녀석들은 다가와 먹기 시작했다. 


  4마리 고양이는 분명 서로 얼굴은 닮아 있었지만 나머지 털 색상은 모두 달랐다. 한놈은 갈색이었고 두 놈은 거의 검은색과 갈색이 얼룩덜룩 섞여있었다. 마지막 한놈은 생김새가 가장 특이했는데 털은 길었고 색상은 3색에 얼룩덜룩 특이하게 색이 섞여있는 녀석이었다.     

 

  그중 갈색 고양이가 가장 경계심이 없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손을 슬쩍 내밀었더니 내 손 냄새를 킁킁 맡았다. 작고 귀여운 동물과 가까이에서 교감을 나누는 것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갈색이를 제외한 나머지 녀석들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고 멸치를 맛보기 바빴다. 그러나 생각보다 멸치의 인기는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물에 삶고 난 후 물기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줘서 그런 것 같았다. 가져간 멸치를 다 먹진 않았지만 아이들이 큰 거부감 없이 맛본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아무래도 이 아이들과 매일 인연을 이어 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 내 마음속에는 내일은 뭘 줘야 할까?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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