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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박 Jan 11. 2019

길고양이 조공하러 갑니다.

두 번째 이야기

  첫날 길고양이들에게 멸치를 준 후 이튿날부터 나는 즐거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아.. 오늘은 뭘 주면 좋아할까? ’     


  냉동실 문을 열어보니 구석에 조금 오래된 소고기가 있었다. 오늘은 소고기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삶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잘 먹었다. 다음날은 돼지고기를 삶아 줬다. 돼지고기도 곧잘 먹었다. 또 다음날은 닭가슴살을 삶아 줬다. 하루하루 고양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매일 저녁 7시쯤 고양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때 가면 아이들이 모두 옹기종기 벤치 위에 붙어 앉아 있다가 나를 반겨주었다.   

  

  매일 밥을 주기 시작하자 우리 집 냉장고도 매일 비워졌다. 처음엔 귀여워서 주기 시작한 밥인데 고양이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 그만 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오골계를 삶고 있었다.

  집안 가득 퍼진 오골계 기름내에 Lee가 말했다.


Lee_ “읔 이 냄새 뭐야?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나_ “애들 주려고 안 먹던 오골계 삶고 있어. 와.. 근데 오골계 기름 장난 아니다. 괜히 건강식이 아닌가 봐?”

Lee_ “너 언제까지 길고양이 밥줄 거야? 매일 음식 준비하는 것도 힘들 텐데 사료를 주는 건 어때?”     


  그의 말이 맞았다. 과연 언제까지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고양이 밥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집에서 귀찮아 밥도 잘 안 해 먹는 나인데.. Lee의 말을 듣고 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고 길고양이에게 많이 먹이는 사료를 구매했다. 배송은 빨랐고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랐다.     



  사료를 아이들이 잘 먹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먹었다. 고양이계의 마약이라는 챠오츄르도 줘봤더니 애들이 그날부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만만세다. 돈으로는 고양이 애교도 살 수 있었다. 사료를 주는 날부터는 물도 같이 준비해줬다. 어떤 녀석들은 사료보다 물을 먼저 반기는 녀석도 있었다. 허겁지겁 사료를 청소기처럼 흡입하는 걸 지켜보는데 벤치 한 구석에 못 보던 흰색+갈색 조합의 새로운 고양이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나머지 애들이 밥 먹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넌... 또 누구냐?’ 나의 마음은 궁금함과 복잡함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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