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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박 Jan 11. 2019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네 번째 이야기

  길고양이들과 교감이 늘어나고, 아이들과 얼굴을 트고 나자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느 날은 갈색이 가 집 앞 돌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내가 저녁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나를 따라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곳까지 따라오기도 했다.     


  나는 쓰레기를 버린 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좀 놀아주다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으로 갈 때는 고양이들이 나를 따라 아파트 현관 앞까지 따라오곤 해서 사실 마음에 걸렸다. 동네 주민들이 보고 혹시나 뭐라 할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4마리를 차례로 쓰다듬어 주며 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키가 작은 할머니 한분이 벤치 쪽으로 쑥 들어왔다. 


  할머니 _ 보소! 드디어 만났네. 여기 고양이 밥 주는 사람입니까? 여 밝은데로 좀 나와보소!


  나는 심장이 덜컥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디어 밥 주는 걸 싫어하는 동네 사람을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갔다. 


  할머니 _ 여기 밝은데로 좀 나와보소. 도대체 왜 고양이한테 밥을 주는 겁니까? 예?!! 여기 고양이들 때문에 화단 엉망인 거 안보이요? 고양이들이 화단 다 파가지고 온데 구멍이 한 그 있다. 말 좀 해보소. 도대체 밥을 왜 주는 거요?


  할머니는 키가 작으시고 흰머리를 쪽지고 계셨는데 앞니가 다 빠져서 어둠 속에서 보니 정말 죄송하지만 동화책에 나오는 마귀할멈 같이 보였다.      


  나 _ 고양이들이 너무 불쌍해서요... 날도 추워지는데 밥도 못 먹고 해서 너무 불쌍하잖아요.


  할머니 _ 나도 사람인데 저것들이 왜 안 불쌍하겠소? 그런데 고양이들 계속 새끼 낳고 또 낳고 하면 이 아파트가 어떻게 되겠소? 그렇게 불쌍하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소. 애가 없소? 왜 밖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고 있소? 멀쩡하게 생겨서 와그라요? 집에 애가 없소? 


  나 _......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 아이가 없는 난임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슴속 깊이 상처도 받았다. 나는 죄인처럼 할머니 앞에 서있었고 할머니는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며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계셨다.     

 

  그때였다. 내가 너무 들어오지 않자 집에 있던 Lee 가 1층으로 내려와서 나와 할머니를 목격했다.

 

  할머니는 나와 Lee 가 한 가족인걸 모르시고는 그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_보소. 여기 이 사람이 여기서 맨날 이렇게 고양이 밥을 주고 있소. 이렇게 밥을 주니 길고양이들이 여기서 터를 잡고 맨날 이렇게 모여서 기다리고 있고 이런다 아니요. 여기서 이렇게 밥을 줘서 되겠소?     


  Lee_ 할머니. 이곳에서 밥을 주는 건 저희만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밥을 주고 있어요. 저희에게만 뭐라고 하실 건 아니고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는 잘 알겠으니 그만하시고 돌아가세요.     


  할머니_ 둘이 가족이요? 왜 여기서 맨날 밥을 주는 거요!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알고 그라오?     


  Lee_ 그만하세요 할머니. 같은 말씀을 계속 반복하시네요.


  할머니는 자리를 뜨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중얼중얼거리면서 들어가셨다. 나는 너무나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다가 낯선 사람에게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벤치에 앉았는데 화단으로 도망갔던 고양이들 중 갈색이 와 반반이가 가장 먼저 돌아왔다. 그리고 내게 몸을 부비댔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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