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 Writer Jun 17. 2024

달의 시간

고속버스 터미널에 아들을 내려주고, 그대로 둔치로 운전을 해서 갔다.

8시가 조금 안된 시간, 하늘에 붉은 기운이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강물 위 다리 위로, 저 멀리 산등성이 위로 천지창조하는 듯한 하늘이 있었다.

하늘을 반쯤 덮은 구름 사이 굴곡마다 핑크빛, 주황빛이 물들고, 구름이 미치지 못한 끝에서부터 금색 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 하늘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둔치에 나 있는 보행로를 따라 걸으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시 맨눈으로 확인하고 감탄하고 몽롱해한다.


저어기 끝까지 갔다가 방향을 180도 바꾸어 돌아 나오는 길,

하늘색은 점점 짙어지는데 눈을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반달을 조금 지난 듯한 달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낮에도 봤던 달이다.

낮에는 파란 하늘에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흰 그림자로 떠있더니,

해가 저쪽 편으로 사그라들고 어두워가는 하늘에서 이제야 빛을 발한다.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지고 나서야 동쪽에서 달이 떠오르는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낮에도 달이 떠있는 모습에 놀랬던 기억이 있다.


해와 달은 그렇게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듯 서로 술래잡기하듯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존재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하늘 위에 해도 있고 달도 있지만 달은 으레 저녁이 되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해의 힘이 달의 힘보다 강력한 것은 틀림이 없나 보다.


달이 떠있는 시간에 해를 볼 수는 없다.

해가 있으면 그건 달의 시간이 아니다.

달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지는 시간이다.


거기에 존재하지만, 적정한 때가 아니면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저 서편으로 해가  그 빛을 서서히 일어갈 즈음 달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디엔가 늘 존재하지만 어느 시기가 무르익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묵묵히 한결같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들

당신에겐 어느 때의 누구인가요?


*한줄요약: 거기 있어 줄래요?


#라라크루


작가의 이전글 1박 2일 홀로 다녀온 속초여행(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