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대여정(5)
나는 도로주행 시험(2종 보통)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총 6시간의 교육을 3시간씩 나눠 듣고, 마지막 교육이 끝나자마자 주행 시험을 보는 일정이었다.
장내기능시험도 그렇고 도로주행시험도 강습을 받을 때 보조석에 앉은 강사가 모의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도로주행은 차와 전용 태블릿 PC를 연결하면 길 안내 및 지시 등이 나오고 감점 항목이 뜨는데, 감점될 때 안내멘트가 나오진 않는다.
첫 교육 3시간 째는 첫 시간인 만큼 모의시험이 큰 의미가 없었다. 두 번째 교육 때는 처음부터 태블릿 PC를 연결해서 모의시험을 봤는데, 합격 커트라인(70점)을 한 번도 제대로 넘지 못했다.
운전면허학원에서는 '강사운'이 꽤 중요하다. 장내기능에서도 느꼈지만, 강사의 교육 방식이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다. 나의 경험상 최대한 운전자가 스스로 감을 잠게 하되, 잘 못하는 부분을 집어내서 알아듣기 쉽게 알려주는 강사가 베스트다.
하지만 두 번째 주행 강사님은 운전하는 내내, 내가 물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주행이 다 끝난 뒤에야 시험 결과를 보여주며 잘못한 부분을 알려줬는데, 잔뜩 긴장한 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오답 노트를 엉망으로 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3시간 내내 저조한 주행 점수를 받았다. 이 상태로 시험을 볼 이유가 없었다.
"저 이 상태로 시험을 봐도 될까요?"
나의 질문에 강사님이 답하지 못했다. 모의시험 내내 커트라인을 못 넘긴 게 태반이었는데, 어차피 시험을 보면 떨어지지 않겠냐고 객관적으로 보셨을 때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뭐, 떨어져도 상관없으면 보세요."
나는 그 길로 시험을 미뤘다. 주말에 주행 연습을 하고 바로 시험을 볼 생각으로 시험 날짜는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으로 잡았다. 그리고 또다시 남편과의 특훈이 이어졌다.
주말 아침 7시에 눈뜨자마자 나가서 주행 코스 4개를 계속 돌았다. 코스를 익히면서 내가 가장 자신 없었던 '차선 변경'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차선 변경을 100번은 넘게 연습한 것 같다. 주행 연습을 하면서 익힌 꿀팁은
1. 사이드미러를 조정하자
-나는 처음에 사이드미러를 어느 정도로 조정해야 되는지 몰랐다. 이걸 자세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왼쪽 사이드미러는 바르게 앉은 자세에서 눈만 돌려도 옆 차선과 뒷 차까지 보여야 한다. 오른쪽 사이드미러 역시 바르게 앉은 자세에서 살짝 고개를 돌렸을 때 옆 차선이 보여야 한다. 나는 뒤늦게 사이드미러를 조정하고 차선 변경 광명 찾았다..!
2. 방향지시등 켜고, 주행하다가, 끼어들기
-초보는 차선 변경할 때 마음이 급해져서 방향지시등 켜자마자 끼어드는 실수를 자주 한다. 주행 시험에선 방향지시등을 켜고 30m를 지나야 감점 없이 차선 변경이 가능한데, 이건 나중에 실제 상황에서도 적용하면 된다. 눈만 돌려서 옆 차선의 상황을 확인한 뒤 깜빡이를 켜서 차선을 변경한다는 신호를 뒤차에 충분히 주고, 서서히 차머리를 들이밀면 된다.
3. 핸들 풀 땐 한 손은 가볍게 잡고 있기
-주행 시험에서 핸들을 엑스자로 잡으면 감점이다. 주로 좌회전, 우회전, 유턴할 때 감점당하기 쉽다. 양손이 교차되지 않기 위해서 핸들이 돌아갈 때까지 손을 내리고 있어도 감점이다. 핸들은 반드시 양손으로 10시-2시 또는 9시-3시 방향을 각각 잡고 있어야 한다. 핸들을 한쪽으로 많이 돌렸다가 풀 때는 한쪽 손은 가볍게 잡고만 있고, 나머지 한쪽 손으로 움직이면 안정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연습 필요!)
4. 신호 교차로 지날 땐 발 위치
-주행 시험 중 신호 위반으로 실격되는 운전자가 많다. 황색불일 때 바로 멈추지 않거나, 급하게 멈추면서 대기선을 지나치면 실격이다. 초록불이 언제 황색불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신고 교차로를 지날 때는 속도를 40km 아래로 줄이고 브레이크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게 좋다. 그럼 급정거 및 신호 위반을 피할 수 있다.
나는 첫 번째 주행 시험을 포기하고, 주말 내내 연습한 다음 월요일 오전에 두 번째 시험 일정을 잡았다. 혹시 그 사이에 감을 잃을까 봐 시험 직전 2시간 강습도 추가로 예약했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던 건, 정말 좋은 A 강사님이 배정됐다. 장내 기능 시험 날 2시간 강습해 주셨던 분이다. A 강사님이 족집게로 알려주신 덕에 장내 기능 시험을 만점 받을 수 있었다. 럭키비키잖아!
역시나 A 강사님은 나의 주행 실력을 보고 부족한 점을 바로바로 짚어주고, 잘하는 부분은 칭찬하며 힘을 실어주셨다. 주행 합격 및 불합격 사례를 자세히 일러주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해주셨다. 특히,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내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왜 긴장이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제가 실수해서 사고 날까 봐요."
"시험 볼 때도 조수석에 검사원이 타는 거 알죠? 만약에 응시생이 사고를 낼 것 같으면 검사원이 운전대 조작하거나 브레이크 밟을 거예요. 그럼 실격이긴 하지만 사고는 안 나잖아요?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 사고 나게 그냥 두지 않아요."
"다행이네요. 제가 장내 기능 시험만 두 번 떨어져서……. 이번엔 한 번에 붙으면 좋겠네요. 하하."
"주행 시험도 떨어지면 어때요? 물론 돈이랑 시간 드는 게 아깝긴 하지만,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붙으면 되죠.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강사님의 따뜻하지만 단단한 조언이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고, 나는 그날 79점으로 주행 시험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