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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백수가 되려면

1일1운동을 기억하세요!

by 삼십대 제철 일기
"넌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도 안 지루해?"


퇴사 후 두문불출하는 내게 누가 물었다. 평일 나의 동선은 집-도서관-헬스장. 병원, 친구와의 약속 등등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이상 나의 일상은 늘 똑같다. 단조롭고 평온하다.


막 백수가 되었을 땐 어떻게든 시간을 더 알차게 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루 일정을 분 단위로 짜 놓고, 매일 할 일을 10개 가까이 쌓아뒀다. 무리한 일정은 오래가지도 못하고, 오래 가면 탈이 난다.


나는 이제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의 하루 계획을 세워둔다. 이마저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나는 늘 시간과 일정에 얽매여 있었다. 백수 생활을 하는 동안만큼은 조금 느슨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궁금했다. 일할 때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출장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집에만 있으면 갑갑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멀쩡하지? 수개월째 최대한 집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왜 이대로가 좋을까?


내가 찾은 정답은 '운동'이었다.


나는 퇴사할 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걸 1순위로 여기기로 했었다. 백수가 되어 경력이 단절되고, 잔고가 줄어도, 건강해지기만 한다면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무슨 일을 할지,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건강은 꽤나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그중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1일1운동'이다. 여기서 내가 하려는 운동은 '숨이 차는 운동'이다. 스트레칭이나 많이 걷기도 필요한 활동이지만, 그것보다는 헉헉댈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게 목표였다.


나는 그런 운동만 찾아다녔다.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봤는데, 그중에서 정착한 것 중 하나는 '달리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 달리기'. 워낙 달리기를 못하기 때문에 인터벌 러닝부터 도전해 봤다.

처음엔 10분 걷고(속도 5.5) 1분 뛰기(속도 9.5)를 1시간 했다. 처음엔 1분 뛰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해본 적도 없고, 퇴사할 땐 완전 저질 체력이었기 때문에 운동만 하면 피로가 쌓였다.


하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러닝머신을 한 지 3개월쯤 지나자 한 번에 10분도 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오버페이스였다. 나의 몸 상태와 체력 수준에 맞게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젠 6분 걷고 4분 뛰는 방식으로 최소 1시간은 운동을 한다. 그럼 총 24분을 뛰는 건데 생각보다 (나에게는) 고강도 운동이다. 컨디션이 좋거나, 일정이 생겨 한동안 운동을 못할 때는 같은 루틴으로 30~40분 정도 추가해 준다.


이렇게 해도 뛰는 시간은 최대 40분 정도기 때문에 평일 5일 동안 매일 운동을 해도 무릎이나 발목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나의 경우 매일 뛰는 건 지루해서 주 3일 정도만 뛴다. 나머지 이틀은 홈트를 하거나 트램펄린을 뛰러 간다.

헬스장은 집과 도보로 5분 거리다. 가까워서 오고 가기 쉽고,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활력도 돈다. 그래서 나는 괜찮았나 보다. 한 여름엔 도서관도 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는 날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운동은 웬만하면 빼먹지 않았다. 몸이 너무 안 좋거나, 피치 못할 일정이 생길 때를 제외하고는. 운동을 하면 차츰 머리가 개운해진다. 눈에 띄게 날씬해지거나, 스스로 느끼기에 굉장히 건강해지는 느낌은 없다.(그건 좀 아쉽다)


그래도 매일 나를 위해 땀을 내는 것,
그 땀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나를 자꾸 움직이게 한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라고, 앞으로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를 러닝머신 위에 올려놓는다. 뛰어, 더 힘차게. 달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날 수도 있을 테니.


혹시 백수가 될 예정이거나, 이제 막 백수가 되었거나, 침잠하는 백수라면

같은 백수로서 추천하고 싶다.


지치지 않는, 건강한 백수가 되고 싶다면

땀을 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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